북유럽의 복지국가인 스웨덴에서는 매년 7월이 황금 같은 계절이다. 겨울에는 하루에 채 1시간도 해를 볼 수 없다는 스웨덴에서 7월은 하루 종일 햇살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 때를 놓치지 않고 많은 스웨덴 사람들이 3~4주간의 긴 휴가를 떠난다. 그리고 이 시기에 스웨덴의 대표적 휴양지이자 가장 큰 섬인 ‘알메달렌’에서는 ‘알메달렌 주간(Almedalveckan)‘이라는 명칭으로 약 1주일간의 축제가 열린다. 사실 알메달렌 주간은 스웨덴의 정당과 학계, 시민단체, 이익집단 그리고 국민들이 직접 만나 정치를 이야기하는 정치박람회이다. 이 주간에는 다양한 주제를 두고 1000여 개가 넘는 세미나가 열리고 정당과 국민들 간에 격 없는 대화가 오고간다. 특히 각 정당들은 정책세미나, 설명회 등 개별 정당 행사를 진행하며 스웨덴 시민들을 만나는데 매일 저녁 정당별로 돌아가며 정당 대표들이 진행하는 연설회는 알메달렌 주간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끄는 행사이다.

매년 알메달렌 주간에는 평균 1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가한다. 아름다운 7월의 날씨를 배경으로 많은 참가자들이 마치 휴가를 온 것 같은 느낌으로 자유롭게 정치인들을 만난다. 거리를 채우는 음악 공연과 연극 등 다양한 문화 행사까지 곁들여져 알메달렌 주간은 딱딱한 정치박람회의 이미지를 씻어내고 축제의 옷을 입는다. 그러나 이 행사를 진정 축제로 거듭나게 하는 것은 바로 참가자들 간의 ‘소통’이다. 알메달렌 주간에서는 사회 이슈에 관심이 있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행사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정당뿐만 아니라 NGO, 노동자단체 그리고 일반 시민들도 누구든지 토론회, 워크숍, 강연회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고 이에 대해 묻고 또 답할 수 있다. 누구의 생각이든 표현되고 공유될 기회를 보장받고 존중받는 소통의 공간으로서 알메달렌은 진정한 축제의 장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알메달렌에서의 소통은 단지 일시적인 이벤트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정당은 축제의 장에서 자연스럽게 정책이슈를 공론화할 수 있고 시민들은 공론화된 이슈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그리고 서로의 의견이 공유되고 숙고되는 과정은 곧 정책 조정으로 이어진다. 여러 정치 주체들의 충분한 대화와 숙고를 통한 합의의 경험이 반복되면서 스웨덴 시민은 숙의 민주주의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고, 소통은 알메달렌을 벗어나 스웨덴 정치를 아우르는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소통이 가능한 곳에서의 정치는 더 이상 다툼의 동의어가 아니다. 알메달렌 주간은 소통이 가능한 곳에서는 정치도 축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다양한 주제를 둘러싸고 여러 겹의 이해관계가 겹치면서 우리 사회의 갈등은 더 깊고 선명해지고 있다. 사회적 갈등 조정 기제로서의 정치는 아직까지는 사회의 다툼을 그대로 재연하거나 혹은 조장하고 있다는 오명을 얻고 있다. 소통을 위해서는 배려와 존중의 토대부터 마련해야 한다. 그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소통은 어려워도 노력할 가치가 있는 대상이다. 우리 사회가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도 소통할 수 있다면 우리의 정치도 축제가 될 수 있다. 알메달렌은 그렇게 말하고 있다.

이선희 광명시선거관리위원회 홍보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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