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직업계 고등학교의 현장실습을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최근 현장실습 중 안타깝게 사망한 제주 특성화고 학생 이 모 군의 사고 이후 내린 결단이다. 이 군의 사고 이전에도 현장실습 도중 사망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학생들이 누적되어 왔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 현장실습 제도에서 교육이나 학습의 의미가 빠지고 노동이나 취업만이 중시되면서 발생한 각종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다. 무엇보다 실습 학생들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값싼 노동력으로만 치부하는 일부 산업체의 잘못된 인식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의미도 있다.

산업체가 학교 위에 군림하는 상황은 직업계 고등학교가 취업률로 평가받는 현실이 기저에 자리하고 있다. 현장실습에 나간 학생들의 열악한 처우에 항의라도 하면 취업률을 들먹이며 압박을 가하고, 어린 학생들에게 기회를 준 것만도 감사하라며 생색을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표준협약서 작성 시 학생들에게 불이익이 될 만한 요소들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 업체가 오히려 더 크게 반발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보니 학생들이 현장실습 중 받은 불이익을 학교에 제보해도 오히려 참으라고만 하는 현실이다. 이처럼 일부 산업체 담당자들의 갑질 행각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현장실습 제도의 문제는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일단 업체가 협약서를 두루뭉술하게 작성하여 노동시간 연장이나 비전공 분야 배치 등 법망을 빠져나갈 요소를 만든다. 그러다보면 근로기준법을 무시하거나 전공과 무관한 자리로 배치해도 별다른 항의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번에 사고가 난 이 군이나 콜센터 실습학생 모두 자신의 전공과 무관한 분야에서 일을 하다 사고를 당한 것이다. 노동시간을 임의로 늘리고, 전공과 무관하게 배치하거나 안전대책 없는 작업공간에서 일하게 하는 등 현장실습이란 이름 아래 값싼 노동력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현장실습 제도의 순기능도 있다. 현장실습을 통해 조기 취업의 기회를 가질 수 있고 현장을 미리 직접 체험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제도 폐지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상황을 보았을 때 학생들의 노동인권이나 안전 등이 위협받고 있는 점에서 제도 개선은 당위성이 있다. 교육부가 학습중심 현장실습을 도입하여 준비 과정을 거쳐 2020년부터 전면 시행한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안전과 인권이 보장되는 학습중심, 무엇보다 학생중심의 실습이 될 수 있는 새로운 현장실습제도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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