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생존(適者生存)’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는 생물이나 집단이 살아남는다는 의미다. 프로축구 인천유나이티드의 2017시즌을 표현할 사자성어다.

인천 구단의 올해 성적은 7승 18무 13패로 9위에 올랐다. 프로축구 1,2부리그 제도 도입 이후 강등경험이 없는 유일한 시도민구단의 역사를 지켰다.

지난겨울 인천 구단은 조수혁, 요니치, 케빈, 진성욱 등 주전 선수의 절반이상을 내보내며 강등 후보로 올랐다.

축구 전문가들은 인천의 9위 등극은 수비력이었다고 말한다. 인천의 실점은 53점으로 1부리그 7번째로 적은 실점률을 보였다.

약팀답지 않은 견고한 수비력이 잔류의 원동력이 됐다. 이윤표, 채프먼이 지키는 중앙수비는 중위권 팀 수준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인천 구단이 올해 거둔 18번의 무승부 중 8차례나 무실점 무승부였다. 기록상으로는 8무지만 승점을 풀면, 2승 2무나 마찬가지였다.

축구계도 이 같은 의견에 동조했다.

인천 구단을 창단 때부터 지켜봐온 한 축구계 관계자는 “강등은 못하는 팀끼리의 전쟁이다”며 “승점 1점씩만 쌓아가도 강등은 피할 수 있다”고했다.

실제로 인천이 거둔 18회의 무승부는 프로축구 한 시즌 최다 무승부 타이 기록이다. 재미없는 축구의 상징이지만 인천은 시즌 6승의 효과를 누렸다.

그러나 지나친 수비 전술로 인해 팬들의 마음이 돌아섰다.

또 팀 반칙이 574개에 달해 올해 프로축구에서 반칙을 가장 많이 한 팀이 됐다.

거친 축구로 상대공격을 끊었다. 공격력은 불만족스러웠다. 인천 구단은 올해 32득점만 기록하며, 최하위 광주(33득점)보다 못한 공격력을 선보였다. 1부리그 12구단 중 최저 득점이었다.

한 축구 관계자는 “공격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무작정 수비만 쌓아놓는 것은 옳지 않다. 경기 중 전술 변경으로 공격적인 타이밍을 잡아야한다”며 선수비 후역습의 목적을 설명했다.

이어 “인천이 전반에 수비한다는 것을 상대팀은 알고 있었다”고 전술의 실패를 인정했다.

전술 실패는 외국인 선수 비율이 높다.

올해 인천 구단은 달리, 웨슬리, 채프먼, 부노자를 데려왔다.

달리는 무득점으로 실패했다. 그는 장신을 이용한 고공플레이를 원했지만 중앙에서 짧은 패스를 전개하는 인천 전술과 맞지 않았다는 평이다.

달리를 대신해 영입된 엔조는 완성되지 않은 몸 상태로 교체출전을 하다 결국 큰 임팩트를 보이지는 못했다.

또 다른 공격수 웨슬리는 빠른 발을 이용해 꾸준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27경기 2득점에 그쳤다. 또 중요경기서 경고누적, 퇴장으로 팀을 위기로 몰았다.

팬들은 내년 시즌 준비에 앞서 분명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선수단 실무진은 올 시즌 영입, 기용 등에 대한 총평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선수단의 좋지 않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인천 구단은 올해 흥행에 성공했다. 올해 인천축구전용구장을 찾은 관중수는 11만 2천여 명이다. 평균 5천932명으로 1부리그 전체 6위에 올랐다. 강팀인 서울, 전북, 수원, 울산, 포항만이 인천보다 많은 관중 유치에 성공했다.

지역축구 관계자들은 마케팅, 운영진의 승리라고 표현한다.

한 관계자는 “지역 공공기관, 기업들에 적극적인 어필을 한 결과”라고 평했다.

또 경영개선, 성적부진을 해소할 임무를 띠고 투입된 강인덕 대표는 채무, 선수단 수당 등을 해결했다.

강 대표는 팬들과 함께 원정경기응원도 동참하는 등 선수단 내외 살림을 직접 챙겼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강 대표가 오랜 기간 직무를 수행할 것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포터즈 역시 “인천 구단은 평소에 팬들과 소통을 자주했다”며 칭찬했다.

인천 구단은 스마트폰메신저를 통해 경기를 알리고, 팬들의 질문에 빠른 시간 내에 답변함으로 팬과 소통에 크게 신경 쓴 모습을 보였다.

이와 별개로 걱정의 목소리가 있다.

매번 강등 권에서 시즌을 보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지역 축구계 한 관계자는 “인천 구단은 약팀이 아니었다. 강팀이었다. 잔류에만 만족하다가는 잔류가 당연해지고, 무덤덤해진다. 흥행에 찬물이 될 것”이라며 인천 구단이 합심해 중상위권으로 오를 수 있는 팀이 되길 희망했다.

송길호 인천본사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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