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진입하자면 어느 길목 이든 맞닿은 수도권의 숲 좋은 개발제한구역을 지나야 한다. 그 옛날부터 누구도 건들 수 없고 서슬 퍼렇던 이른바 그린벨트다. 이를 잘 이해 못하는 사람들은 저렇게 아파트 짓기 좋은 땅들을 놔두고 그 좁은 서울 안에서 아파트값을 수 천만원씩(평당) 올릴까 하는 의문을 갖고 있지만 마치 성역같은 이 그린벨트는 과거부터 그렇게 유지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의문은 곧 씨가 되어 싹을 트였고 다음의 결과로 끝나가고 있다. 정부가 ‘주거복지 로드맵’에 따라 주택 100만호를 공급하기 위해 수도권 그린벨트를 대규모로 해제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5년간 수도권에서 주택 93만 가구를 공급하는 것을 주요 내용을 발표하면서다. 당연히 갑자기 수도권 그린벨트일대가 흔들대고 있다.

대한민국 그 어디를 가도 옥수수밭 처럼 풍성풍성 들어찬 아파트를 보면서 그 많은 아파트에 내 집 하나 없는 경우는 또 뭔가 하는 얘기들이 허공을 맴돌 때 어느 시기든 정책 짜는 사람들의 귀는 간지러웠기 마련이다. 결국 집 없는 설움과 성화를 풀어줄 정책은 가장 간단할 수 있는 그린벨트로 늘 유혹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정권 또한 앞으로 5년간 100만호의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서울과 붙은 수도권에 무더기 택지개발을 해야 이 모든 얘기들을 풀 수 있다. 자연히 대규모 그린벨트 해제는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 과거에는 어림도 없었을 얘기다. 하지만 아무리 세상 좋아 생기는 일로 그냥 밀어두기에는 걱정이 앞서고 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이런 그린벨트 해제는 부동산 시장에 투기를 부추기고 이를 둘러싼 보상과 심지어 가족마저 해체시키는 과정을 우리는 수 없이 지켜봤다.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강제수용 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강한 반발도 그 중 하나다. 이러한 갈등과 마찰 이외에 국가적으로나 지방정부 공히 난개발과 자연환경훼손으로 많은 반발과 논란이 피할 수 없다. 이미 들리기에 신규 택지지구로 지정한 성남 금토, 성남 복정등 8곳 택지지구 주민들이 기대에 부푼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대개 이런 상황이면 수입차 대리점들이 앞다퉈 먼저 들어간다. 그러나 무지개빛 청사진만 있지 않다. 보상금으로 수입차 사고 인근에 빌딩하나 사서 배 튕기며 살 수 있는 그림은 늘 정해져 있어서다.

걱정의 조짐은 벌써 발생하고 있다. 남양주에서는 주민들이 ‘진접 제2지구 수용반대 대책위원회’를 구성, 기자회견과 시위를 벌이고 구리 갈매역세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더한 얘기는 이러한 신규 택지지구에 그린벨트가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 또 다른 곳에서는 신규 택지지구 일대의 땅을 사기 위한 투기가 이미 시작되어 있다. 갈 곳 잃고 떠도는 시중의 투기성 자금이 도 내 8곳 신규 택지개발지구 일대 부동산중개업소를 노크하기 시작한 것이다. 알다시피 이런 주택 공급의 초점은 집값이 많이 오르는 수도권에 있다. 자연히 지방은 인구의 수도권 유입이 심화되면서 주택시장이 위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에서 주택 공급을 늘리면 서울 인구 분산 효과가 나타나도 지방 공동화로 인한 수도권 비대화는 불을 보듯 훤해서다.

곧 해결될 것 같은 문제들도 다른 장애를 맞고 있다. 전용 아파트·대출·특별공급 확대까지 신혼부부를 위한 주거대책이 쏟아져도 소득 기준에 발이 묶여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없어서다. 중산층으로 진입하는 주거 사다리가 될 것이라는 정부의 공언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다. 수서역세권, 경기 과천시 등 기존 주택지구에 그린벨트까지 풀며 5년간 7만 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하는 신혼희망타운도 다르지 않다. 결혼 7년 이내 또는 예비 신혼부부 전용 공공분양 주택이지만 월평균 소득이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20% 이하라는 기준은 넘기 어려워서다. 정부가 이를 모를리 없다. 그 대답은 소득 기준의 현실성이 다소 떨어져도 저소득층이 우선이라는 기초에 충실함에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 한 일은 서민을 위한다는 정책에 자칫 투자자들의 잔치가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다. 알다시피 우리의 도시는 서울을 기점으로 경부고속도로의 축에 포도열매 줄기처럼 붙어 건설됐다. 노태우 정부 이후 역대 정부는 수도권 집값 안정을 명분으로 수도권 신도시를 잇달아 건설했지만 공급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지방은 공동화되는 대신 수도권은 갈수록 비대해지는 결과로 끝을 봤다. 그 이후 2023년 마무리를 목표로 지난 2001년부터 동탄등 2기 신도시가 건설되고 있지만 그 끝 역시 비슷하게 흐르고 있다. 그린벨트 풀어 신혼가구나 서민주거에 얼만큼의 만족을 불러올지 장담하기 어렵다. 어차피 부동산등 시장경제의 논리가 이렇게 정부가 비틀어 될 일은 아니라는 점을 어느 정권마다 많이 봐 왔지 않은가.

문기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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