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의 등장 이후, 자본주의체제는 심각한 환경문제, 빈곤과 불평등, 사회적 소외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 현상은 멀리서 찾을 필요 없이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취업난과 주거난 등으로 여러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그에 비해 상위 1%의 독식은 더 커지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성공신화와 논리는 서민들로 하여금 구조적 문제점에 대한 고찰보다는 개인과 타인의 탓으로 돌리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현 자본주의의 문제점과 그에 대한 예찬, 옹호론자들을 분석한 책이 출간됐다. 이 책은 미국을 대표하는 새로운 급진주의 저널인 ‘자코뱅’을 토대로 우리가 익히 알고있던 자본주의계 거물들이 어떻게 불평등과 착취구도를 보호하는지를 제시한다. 이를 토대로 저자는 대중은 이같은 사실들에 대해 어떤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하는지를 제언하고자 한다.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된 책은 미국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4명의 대표주자를 심층 분석한다. 전 세계적 빈곤과 교육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세계 최고 부자 빌 게이츠, 우리 내면에서 빈곤과 소외에 대한 해법을 찾아내라고 촉구하며 아메리칸 드림과 자유주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오프라 윈프리, 자본주의 노동윤리를 젠더불평등에 대한 해독제로 내세우며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페미니즘 운동가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 세계 최대의 유기농 식품 매장을 운영하며 자유시장이 지구를 치유하리라고 약속하는 존 매키 홀푸드 CEO 등이 그들이다. 저자의 시각으로 봤을 때 이들은 모두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불평등과 착취구도를 교묘하게 보호하고 있다. 이를테면 샌드버그의 논리는 일부 극소수 여성들의 지위 공고화에만 기여한다거나 빌 게이츠와 존 매키의 행동은 자본주의와 시장경쟁의 영향을 완전히 이탈할 수 없어 결국 자본주의 체제를 공고히 만들게 된다. 또 오프라 윈프리의 스토리는 사회구조적 문제를 개인이 극복해야 하는 문제로 환원시킨다.

저자는 이들이 비록 지난 세대처럼 정부정책을 뒤에서 조작하거나 대놓고 자본주의의 맹점을 변호하진 않지만 ‘스토리텔링’이라는 또다른 방법으로 대중의 생각을 지배하고 다른 이견을 집어삼키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자본주의 체제를 전복시키자는 극단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이같은 분석 후에 그 대안으로 이윤보다 사람을, 개인보다는 사회 구성원을 보다 위하는 사회질서를 만들어가자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저자의 주장은 이미 일부 유럽의 복지선진국에서는 작게나마 실현에 옮기고 있다. 부의 공평한 재분배, 촘촘한 사회안전망 구성,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 탈피 등이 그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기존에 헤게모니를 이룬 신자유주의의 옹호론을 타파하고 더 나은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와 확산을 돕고자 한다.

황호영기자/alex179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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