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논문에 중·고생 자녀를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대학교수가 최소 10명이 확인됐다. 모두 국내 유명 대학의 교수들이다. 부모가 자녀를 위해 못할 일이 없다고 하지만 논문에 미성년 자녀를 공저자로 넣는 발상이 놀랍기 그지없다. 상식의 기준까지 무너진 비뚤어진 자식 사랑이 빚어낸 촌극이다. 그런데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고 오히려 문제 해결에 도움을 받은 경우도 있다는 해명이 궁색하기 짝이 없다. 혹시나 그 중 천재적인 능력을 가진 자녀가 있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학원생도 참여하기 힘든 연구 프로젝트에 자녀라고 해서 열린 문이 된다는 것도 연구 윤리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게다가 문제가 된 논문들은 과학기술논문색인(SCI)급이나 영향력이 최상위급인 학술지에 게재될 정도로 수준이 높았고, 그중에는 국비 지원을 받아 연구한 논문도 포함되어 있었다. 전공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논문을 중·고등학생이 자신의 학업을 계속하며 논문 공저에 기여했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이들이 첫 논문을 학술지에 제출했을 때 평균 연령이 만 16.4세였고, 그중 3명은 대학 진학 후에도 아버지 논문에 이름을 실었다. 이성을 저버린 자녀의 스펙 쌓기 삼매경에 금수저 논란이 달리 나온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관련 교수들의 해명도 기가 막힌다. 자녀가 방학 동안 연구실에 나와 연구에 참여하는 등 해당 논문에 실질적인 기여를 했다는 것이다. 자녀가 방학 때마다 연구실에 나와 아버지 일을 도울 수는 있겠지만 그 도움의 수준이 논문 공저자가 될 수 있을 정도라면 그 성과에 대한 객관적인 입증이 필요하다. 게다가 연구 분야가 생명과학, 전기공학, 화학으로 이공계 계통의 전문성을 요하는 분야다. 극도의 학문적 성과와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에 고등학생 자녀가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연구에 참여하였기에 공저자로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것인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자녀의 우수성을 백번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미성년 자녀가 아버지 논문의 공저자가 된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부적절하고 비윤리적인 처사다. 아무리 자식이 소중하고, 대학 입시를 위해 스펙 쌓기가 중요하더라도 자신의 논문에 자녀의 이름을 공저자로 올린다는 것은 교수로서, 지성인으로서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지성의 상징인 대학교수들이 그런 발상을 했다는 것 자체가 학문에 대한 기본 예의를 저버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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