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찬 영흥도선주어촌계영어조합 회장

낚시배 전복 사고가 발생한 영흥도 진두선착장 앞바다의 한 낮은 매정하리만큼 고요하고 반짝였다.

밀물과 썰물이 반복되면서 15명의 목숨을 앗아간 차가운 파도는 아늑한 곳으로 흘러갔고 새로운 물이 흘러들어온 듯 보였다.

잔잔한 바다에서 불어온 바람은 선착장에서 사나운 된바람이 돼 사람들의 얼굴과 마음을 햘퀴고 있었다.

영흥도선주어촌계영어조합 문병찬(62) 회장을 이 곳에서 만났다.

검게 그을린 얼굴과 곳곳에 잘게 패여있는 주름,머리에 얹은 듯한 모자,그리고 쉴틈없이 손에 들려있던 담배는 그가 영락없는 바다사람이라는 것을 말해줬다.

그는 3시간 동안 진행되는 인터뷰 동안 단 5분만 자리에 앉았다.

내내 서서 지나가는 소방대원들에게 커피를 나눠줬고 현장에 나와있는 지원자들이 밥을 먹고 있는지 확인했고 바다 수색에 동참한 어민들에게 수고했다는 인사를 일일이 건넸다.

그를 수 십년간 지켜 본 한 주민은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말했다.

문 회장은 점심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끼니도 잊은 채 마른 침을 삼키며 말했다.

“우리 어민들이 참 고생을 많이 합니다.생업도 미루고 나와있는 사람들이 한 두명이 아니에요.칭찬받자는게 아니라 추운데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해야죠.”

-사고가 나고 언제 이 곳으로 모였나.

“사고 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119가 출동할 때 나왔어요. 그때가 오전 7시쯤 됐을려나. 사고 첫 날 오전에는 어민들이 16척을 끌고 바다로 나갔고 오후에는 20척 이상이 바다를 샅샅이 뒤졌어요.영흥도 선주나 선장들 다수가 수색작업에 뛰어들었어요.한 번에 전부 나갈 수 없으니 나눠서 교대로 출항하고 있습니다.”

-영흥도선주어촌계에는 몇 분 정도가 있나요.

“총 39명이 선주어촌계에 등록이 돼있습니다.배가 한 척 있는 사람도 있고 두 척, 세 척 있는 사람도 있고. 그래서 진두선착장에는 낚시와 조업이 가능한 선박이 50척 정도가 있습니다.”

사고가 난지 사흘이 지났는데 진두항에는 20여 척만 묶여있었다. 출항한 배들은 수색 작업을 지원하고 있었다.간혹 보이는 통통배는 레저용으로 사용되는데 이날 다수의 작은 배들은 썰물에 정박해 있었다.

-현장에 주민 분들도 많이 나와계신 것 같은데.

“의용소방대나 자원봉사로 나오신 주민들만 100명이 넘습니다.남자들은 5개조로 나눠서 해경 등과 함께 수색 작업을 하고 있어요.나와계신 분들이 대부분 영흥도 지리를 잘 아는 분들이니 바위나 무인도로 안내를 하고 그 곳에서 실종자들을 찾고 있습니다.여성들은 영흥수협에 간이 식당을 마련해서 119대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어요.날이 춥다보니 추위를 피할 곳을 찾는 분들에게 따뜻한 차나 식음료를 대접하고 있죠.중간 중간 몸을 녹이지 않으면 매서워지는 칼바람을 이길 수 없습니다.”

-영흥도 주민들도 사고 첫날부터 나오신건가.

“사고가 나자 자발적으로 이른 아침부터 나왔습니다.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이 몰리면서 통제가 필요했고 추운 현장에서 돌아오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라면 국물이라도 한 접시 대접하고 싶어서 하던 일도 멈추고 오신 분들입니다.”

선착장에서 선 채로 한참 얘기를 나누는데 추위에 코까지 빨개진 젊은 남자가 다가와 문 회장에게 인사를 했다.

문 회장이 밥은 먹었냐며 어디를 가냐고 묻자 그 남자는 인천해양경찰서로 간다고 했다.

남자가 가고 누구냐고 묻자 이번 사고의 낚시배 선장 아들이라고 말해줬다.

-이번 사고로 실종된 선장은 잘 아는 사이인가.

“한 동네 있는데 모를리가 있겠어요. 내가 아래 동생이에요.착한 사람입니다.일부 신문들 보니까 선장인데 왜 실종됐나고 하던데 선장이니까 실종이 됐던겁니다.책임감도 강한 동생이에요.며칠전까지 웃던 형이 바다에서 명을 다하고 돌아왔으니 가족들만큼 우리 주민들도 안타깝죠.계속 보던 형님한테 이런 일이 생기니 실감이 안나죠.”

-사고 해역은 평소 어떤 자리인가.

“사고 지역은 낚시 포인트가 아니고 지나가는 이동 경로중에 한 곳이에요.수로가 좁아 등부표를 띄워놨지만 큰 배들은 조종이 쉽지 않아요.미세하게 조종하면 일자선으로 가는 형태를 보이죠.배가 출항을 해서 영흥대교를 지나면 돌이 많은 지점인데 물이 들어오면 잠기고 물이 빠지면 드러나는 돌밭입니다.항로가 좁아요.진두항도 작은데 수로도 좁다보니 여기를 지나면서 사고가 났어요.낚시 선박은 일기 영향으로 저속으로 운행을 하고 있었을 거에요.”

-날씨 탓도 있지만 수로가 좁기 때문에 저속 운항을 했다는 말인가.

“맞죠. 낚시배가 낚시 포인트를 잡기 위해 고속으로 운항했다는 말이 있는데 그건 배를 안타본 사람들이 하는 말입니다.당시 기상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고속으로 몰면 선두쪽으로 물이 튀어오르게 돼있어요.승객들 안전을 위해 저속운항을 했지만 급유선은 큰 배로 규모가 크니까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그대로 운항하다가 사고가 난 거죠.앞서 가던 낚시배를 친거에요.”

-이런 경우가 흔치 않은 건가.

“이 사고는 생각지도 못한 갑작스런 사고입니다.저는 영흥도에서 나고 자란 사람입니다.열다섯인가부터 배를 탔고요.50년 가까이 배를 탔지만 이런 경우는 본 적도 없고 일어나지도 않았어요.돌밭 주변이기 때문에 영흥도 어민들은 천천히 운항하는 곳입니다.”

-영흥도 낚시는 유명했나.

“영흥도에 등록된 선박이 수 십척이 있어도 물때가 좋을 때는 정박해 남는 배가 없을 정도죠.한창 물 들어올때는 주말에 2천명 정도까지 몰리기도 합니다.겨울에는 사람이 없는 편인데 12월까지는 주말에는 종종 있고요.1월과 2월에는 거의 없고요.이달엔 주말에 건별로 있었어요.사고가 나서도 예약문의가 있는데 아마 사고를 모르는 분들이나 사전에 예약을 한 사람들이지 싶어요.지금 상황에서 낚시배는 전혀 띄울 수가 없죠.”

-유관기관에서 나와서 점검이나 관리감독은 자주 하는 편인가.

“인천지방해양수산청에서 대체적으로 봄에 안전관리 교육을 한 번인가 하고는 있어요.선박 한 척 한 척은 개인 소유물이니까 선주들이 주로 자체 점검을 하고 있죠.그 외에 별다르게 하는 교육은 없는 것 같은데요.”

-낚시배는 조업에도 사용할테니 생계에는 보탬이되나.

“낚시배라고 하지만 우리의 재산이고 조업에도 사용이 되니까 내 밥줄이죠.그런데 예전만 못해요.나는 뱃사람인데 지금은 영흥도에서 농사도 짓고 있어요.만선으로 풍어가 되지 않기 때문에 낚시배로도 쓰죠.정박해있으며 녹슬뿐이에요.”

-어획부진으로 인해 소득이 감소했다는 말인가.

“사람들은 고기잡아 돈이 안되니 선주들이 선체나 기관수리를 소홀히 한거 아니냐고 의심하는데 진두항에 정박한 배들 보세요.깨끗합니다.낚시 성어기에 영흥도는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이에요.수 많은 낚시객들이 타고 내리는데 탑승 전마다 확인을 안할래야 안할 수 없습니다.어민 수가 감소하는 것은 어찌보면 맞긴 하지만 조업을 하지 않아도 낚시배를 운영해 먹고 사는 사람이 이 곳에는 꽤 있어요.나이든 사람들만 배를 몬다는 말은 옛말입니다.”

-사고가 나고 현장에서 몸소 부대끼면서 느끼는 점은.

“일단 우리 어민들과 주민들이 굉장히 고생을 많이 하고 있어요.해경이나 군인, 소방대원들도 물론 다 고생하죠.언론에는 해경만 크게 나서 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빛을 못보는데는 아쉬움이 있어요.어민들은 생계를 미뤄두고 자기 기름 써가면서 바다에 나가고 있는데 들어와도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제대로 듣지 못하고 있어요.또 아쉬운 것은 현장에 있는 군경에게 물품을 대고 싶어도 많이 부족해요.이슈가 되니까 여기저기서 구호품이 조금 오기는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올지는 모르겠어요.수색이 언제끝날지 모르지만 계속 진행이 되면 저희도 철수하지 않을 생각이거든요.현장에서 애쓰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끔찍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 변화가 필요하다면.

“과거부터 영흥도 진두항은 다른 항에 비해 발전이 더딘 곳이었습니다.한 단계씩 늦는다고나 할까요.그래서 우리 영흥도 주민들은 매번 간절한 소망같은게 많았어요.앞으로 진두항을 국가지정어항으로 선정했으면 좋겠습니다.지정이 되면 준설을 통해 수심을 깊게 할 수 있거든요.그러면 배가 입출항하거나 운항할때 편리하죠.준설을 하면 지금처럼 썰물에 배가 정박하는 것이 아니라 물 위에 배가 뜰 수가 있어 사고가 나도 대처가 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바라는 점은.

“저는 어선들 안전과 조업관리를 책임지고 선주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입니다.이번 일을 토대로 우리 어민들이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것만 알아줬음 좋겠어요.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매번 바다를 사랑하지만 그만큼 항상 경외심은 잊지 않고 갖고 있습니다.”

조현진기자/chj@joongboo.com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