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레이더 끊긴 시간 5시47분… 상황실 신고는 6시5분께 이뤄져
사각지대 진입 후 선박 통제불능… 관제센터 도움 없어 피해 커져
전문가 "관제됐다면 상황 달라져… 중요해역 VTS레이더 확대해야"
인천 영흥도 앞 바다에서 낚싯배를 들이받아 15명의 사망자를 낸 명진15호(12월 5일자 1면 보도)가 인천해상교통관제센터(VTS) 관제구역을 벗어난지 18분 만에 사고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사각지대는 해상교통관제센터의 탐지가 어렵고, 선장 개인의 판단에 따라 항해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VTS 공백’이 참사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일 인천해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인천시 영흥도 남서방 1.6㎞ 해역에서 선창1호(9.77t)를 들이받은 명진15호(336t)의 인천VTS 레이더가 처음 끊기기 시작한 것은 이날 오전 5시 47분께로 나타났다.
VTS레이더 특성상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해경은 이 시각을 명진15호가 관제구역을 이탈해 ‘사각지대’에 들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명진15호가 인천VTS 상황실로 선창1호를 추돌했다고 신고한 시간은 오전 6시 5분께로, 관제구역에서 벗어난지 18분여 만에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관제구역에서 이탈한다 해도 즉시 VTS 레이더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인천VTS는 사고 직전까지도 명진15호가 레이더에서 여러 차례 사라졌다, 떴다를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VTS 관제 대상은 여객선, 300t 이상 선박, 위험화물 운반선 등이다.
명진15호는 인천VTS 관제 대상이지만 사고가 난 사각지대 해역(약 10㎞)에 들어서면서 관제구역을 사실상 이탈했다.
관제구역에서는 선박 속도와 항로 등이 통제되지만 관제구역을 벗어난 사각지대는 선박 관리가 어렵다.
해경 측은 관제구역이 아닌 해역에서 선박의 속도나 항로는 온전히 선장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명진15호 선장도 해경 조사에서 “낚싯배가 피해 갈 줄 알았다”고 말하며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인정했다.
이번 사고가 선장 개인의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VTS 공백 해역에서 벌어진 예견된 참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사고 해역은 이전부터 위험을 암시하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났다.
전문가들도 영흥수도(수로)가 좁고 조류가 강해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지만 관계당국은 사실상 이를 방치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학계에서는 선박 교통이 복잡한 지역이나 사고 가능성이 높은 해역에 레이더사이트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예산과 인력 등을 이유로 VTS레이더 확대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이홍훈 목포해양대 항해학부 교수는 “사고해역이 인천이나 평택VTS 관제구역이었고, 명진15호가 관리가 됐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며 “전국 모든 해역에 당장 VTS레이저사이트를 설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중요 해역을 우선으로 VTS 레이더를 확대·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정규기자/jeongkyu9726@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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