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분쟁조정위 유명무실
상수원보호구역·경계조정 등 협의 없이 수년째 갈등 평행선
지자체, 불이익 우려 조정 꺼려

9년간 단 ‘0건’.

경기도가 도내 시·군간 분쟁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만들어놓은 경기도 분쟁조정위원회 조정 신청건수다.

평택과 용인·안성간 상수원보호구역 갈등을 비롯해 도내 인접한 지자체간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갈등의 주체가 되는 지자체들은 지역이기주의에 사로잡혀 제도를 활용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도 관계자는 “분쟁조정위원회를 거쳐 나온 조정안이 만에 하나 불리한 결과가 나올 것을 우려해 지자체들이 전혀 이용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않고 있다.

5일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현재까지 경기도 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조정 신청건수는 0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상수원보호구역을 둘러싼 평택과 용인·안성간 분쟁, 불합리한 행정구역으로 피해입는 주민들의 민원에도 불구하고 한 치의 물러섬이 없는 수원·용인간 경계조정 분쟁, 시계(市界)에 화장장을 설치하며 서수원 주민들의 반발을 산 함백산메모리얼파크 등 지자체간 산적한 분쟁에도 경기도의 조정을 요청한 지자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

도 분쟁조정위원회는 경기도 기획조정실장·자치행정국장·환경국장·균형발전기획실장·건설국장 등 당연직을 포함, 총 11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시·군 상호간 분쟁 또는 시장·군수 상호간 분쟁이 발생했을 시, 이해관계에 놓인 지자체가 신청할 경우 위원회가 열리도록 돼 있다.

분쟁조정위원회는 2003년 남양주와 양주간 행정구역 개편에 따른 공유재산 승계 분쟁을 시작으로 2006년 동두천―연천간 취수원 분쟁, 양주―의정부간 자동차 전용도로 분쟁, 2007년 안양―공명간 종합장사시설 분쟁, 2008년 용인―성남간 수지지구 위탁하수처리비 산정 분쟁 등 5건의 분쟁을 중재하거나 조정했다.

각 시·군간 이해관계 탓에 협의가 어려웠던 부분을 도가 나서서 해결해 준 것이다.

하지만 2008년 용인―성남간 분쟁 이후 분쟁조정위원회 조정 신청은 단 한 건도 없이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해 버렸다.

도는 이같은 상황의 배경으로 지역이기주의를 들었다.

도 관계자는 “핌피와 님비로 대변되는 지역이기주의를 여실히 나타내는 사례”라면서 “분쟁조정위원회를 거쳐 중재, 조정 또는 기각이라는 결과가 나왔을 때 어느 지자체는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기 때문에 공식 기구의 활용을 꺼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경기도가 합의가 안 되는 지자체에 패널티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적극 개입하려 해도 자치분권적 측면을 생각했을 때는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재율 도 행정1부지사는 “현재로서는 도에 법적 구속력을 지닌 조정권한이 없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지자체 관계자들을 한데 모아 합의안을 도출하도록 자리를 만드는 것이 최선”이라며 “피해를 입는 것은 바로 관할 지자체의 시민이라는 생각으로 지자체간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영민기자/hym@joongboo.com
▲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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