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화성이 하루 전인 12월 6일 기준으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된 지 20주년이 되었다. 1997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으니 정확히 20년이 된 것이다. 수원 화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20주년을 먼저 축하한다.

수원화성이 유네스코에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이유는 크게 4가지이다.

첫 번째는 바로 화성이 18세기에 만들어진 전 세계 성곽중에서 가장 잘 만들었다는 것이다. 둘째, 화성은 군사시설물임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디자인의 건축물이 하나도 없다. 즉 아름답게 잘 만들었다는 이야기이다. 셋째, 화성은 한국전쟁 기간 중 상당수가 파괴되어 원형의 모습을 잃었지만, ‘화성성역의궤’라는 탁월한 기록이 존재하여 원형대로 복원할 수 있었다. 넷째, 조선의 국왕 정조의 위민정신(爲民精神)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특히 네 번째 국왕 정조의 위민정신과 개혁정신이 화성에 담겨 있어 세계문화유산이 되었다는 것은 화성이 가지고 있는 가치가 진정 대단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화성의 무엇을 유네스코의 전문가들은 판단한 것일까?

먼저 화성은 18세기에 만들어진 수많은 동서양의 성곽중에서 가장 우수하다. 미주, 유럽, 중국, 일본 등 많은 나라들이 18세기에도 성곽을 쌓아 전체 목록을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꽤나 많은 성(城)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이러한 많은 성들 중에서 화성이 가장 우수하다는 것이 유네스코의 결정이다.

두 번째, 화성이 군사 시설물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아름답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화성은 유네스코의 표현대로 똑같이 생긴 건물이 단 하나도 없다. 21세기의 오늘날도 대형 아파트를 지을 때 똑같이 생긴 건물이 너무도 많은데 200여 년 전 화성 축성을 진행했던 이들에게 동일한 건물을 만드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그들은 각 건물의 디자인을 모두 지형과 셩곽의 기능에 따라 독특한 형태로 만들었다. 정조가 화성 축성시 이런 말을 했다.

“미려(美麗)함은 적에게 두려움을 준다” 정말 놀라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200여년 전 디자인과 도시 경관을 이야기한 것이다. 똑같은 비용으로 아름답고 화려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힘이 있기에 두려워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정조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이 말을 생각할 때마다 정조가 두렵고 당시 기술자들이 무섭다.

세 번째로 이야기한 내용이 바로 ‘화성성역의궤’이다. 사실 한국전쟁 기간에 화성은 많이 파괴되었다. 그럼에도 화성이 완전히 파괴되지 않고 성벽이 온전히 남아있고 팔달문과 화서문 그리고 방화수류정과 연무대 등 주요 건축물 등이 그대로 보존된 것은 하늘의 도움이라고 생각한다. 1975년부터 1979년까지 화성을 복원할 때 ‘화성성역의궤’라는 기록을 토대로 복원을 하게 되었다. 화성 축성 전 과정을 기록한 이 책은 세계기록유산의 보배중의 보배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화성성역의궤’는 나머지 ‘조선왕조의궤’와 더불어 2007년 7월 1일에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는 쾌거를 이뤘다.

마지막으로 화성이 세계문화유산이 된 것은 정조의 위민정신이 담겨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정조의 위민정신이 어디에 담겨 있는 것일까? 당연히 화성 곳곳에 담겨 있다. 수원 화성 자체가 바로 정조의 위민정신으로 만들어진 도시이기에 굳이 여러 이야기를 하기 어렵다. 축성 참여자들에 대한 존중과 개혁의 기반으로 만들어 진 것이 바로 화성이었다. 수원 화성의 축성이 백성을 위한 것이었고, 축성 과정에서 오늘날 상상도 할 수 없는 위민정책들이 곳곳에 적용 되었다. 이러한 화성을 보다보면 오늘날 한국 사회가 정조시대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기도 한다.

이제 수원 화성은 앞으로 더욱 세계인들에게 각광받고 존중받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과연 수원 화성의 진정한 가치를 올바로 계승하고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저 관광자원으로만 활용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세계문화유산 등재 20주년을 맞이해서 수원 화성의 미래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본다. 수원 화성의 가치를 세계적으로 알리는 노력과 문화유산으로서의 보존과 관광 자원으로의 활용을 균형있게 해나가야 할 것이다.

김준혁 한신대학교 정조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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