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미진 모롱이에 소박한 풀꽃 무리
음습한 응달에서 알몸으로 서있어도
추호도
부끄럼 없이
샛별처럼 눈부시다
때로는 흙바람의 이불을 덮어쓰고
해종일 죽은 듯이 온 몸을 눕히지만
맑은 날
하얀 뿌리는
허리를 곧춘다
너덜겅 가녘에 이름 없는 풀꽃 무리
세파에 시달리고 비바람에 흔들려도
한세월
제 숙명으로
삭이면서 살아간다
노재연
수성고등학교 교장을 역임,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 수원문학에서 활동 중. 시조집 ‘달빛 세레나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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