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송도 조형물을 보고

대부분의 지방정부에서는 신도시를 건설하거나 기존의 기념할 만한 대표성 구조물에 조형물을 설치하게 된다. 그런데 많은 비용을 들여 어렵게 만든 이러한 조형물이 제 구실을 못해 맥없이 없어지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인천 송도 국제도시를 드나드는 관문에 인천시가 거액을 들여 설치한 조형물이 그것이다. 제구실을 못 하고 끝내 철거가 결정된 탓이다. 송도국제교 입구에 무려 15억9천여만 원이란 거액을 들여 만든 조형물이다. 그런데 이렇게 지난 2008년 11월 설치한 폭 2.7m, 높이 17m의 LED 전광판 3개를 내년 상반기 철거할 계획이란 얘기는 무엇인가. 알려졌다시피 이 조형물은 2009년 인천세계도시축전 개최를 앞두고 송도를 의미하는 형상과 문구를 전광판에 나타내 인천경제자유구역을 홍보할 목적으로 세워진 바 있다.

하지만 문제가 끓이지 않았다. 여러 고장이 잦아 전광판 가동과 중단이 반복됐고 시 감사관실이 옥외광고물 법상 지주간판 허가를 받지 않은 위법시설이라고 지적한 뒤 담당 구에서도 설치 위치와 규격을 바꿀 것을 요구하면서 허가를 내주지 않아 준공 2년 만인 2010년 12월 전광판 가동이 전면 중단된 일이다. 더한 문제는 그 이후 인천경제청이 단순 조형물로 활용한다며 전광판을 원래 목적대로 활용하지 않고 7년여를 끌다가 올해 8월 시설 정밀점검에서 ‘위험시설’로 판정되면서 철거가 최종 결정된 것이다. 결국 지자체가 관련 법규도 정확히 검토하지 않고 사업을 추진하다가 혈세 낭비의 사례로 남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결과라는 판단이다.

철거하는데도 만만치 않은 예산이 소요된다. 이미 인천경제청은 내년 상반기 2천800만 원을 들여 조형물을 철거할 예정이라는 소식이다. 인천경제청 관계자의 말대로 해당 조형물이 LED 전광판을 켜면 관련 법상 위법시설이 되고 야간에 차량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는 문제가 있었다면 뭣하러 제작해 이 사달을 일으킨 것인지 아리송하기만 하다. 더구나 이곳 송도 신도시는 강한 바람이 불면 전광판이 쓰러지거나 외장재가 떨어질 수 있는 단점 또한 있는 지역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뒤늦은 행정조치를 한다는 얘기는 참으로 안타까움을 넘어서 한심하다는 생각이다.

전국적으로 지방정부의 세 과시를 하기 위해 보기에도 민망한 조형물들이 수도 없이 널브러져 있다. 보는 사람의 관점은 생각지도 않고 형식적인 결정으로 엉뚱한 작품으로 남는 경우다. 그러다 보니 얼토당토않은 조형물이 만들어져서 주민들과 관광객들의 눈살 마저 찌푸리게 하는 일이 생기고 있다. 돈은 돈대로 들이고 지방정부 이미지를 오히려 실추시키는가 하면 이렇게 안전 문제로 그냥 뜯어내야 하는 조형물을 보고 있자면 부아마저 나고 있다. 지금이라도 시작부터 조형물 설치에 만전을 기해 철저한 계획이 필요하다. 안전은 물론이고 주변과 어울리는, 그리고 제대로 된 작가의 작품성 있는 조형물도 필요하다. 그리고 이 과정 모두 투명하게 진행돼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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