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생각해요- 이동 목욕차 막은 주민들
인천 남동구 만수동 A아파트 목욕차 서비스 받던 90대 노인
주민들 민원에 도로로 쫓겨나
"하수구에 버린 폐수로 악취" 반대… 가족 "전염병 있는 사람 취급"

▲ 최근 안씨가 90세 아버지를 위해 신청한 이동 목욕차가 주민들 반대에 부딪혀 아파트 인근 도로에 멈춰서 있다. 강정규기자

“대로변에서 목욕하는 아버지를 지나가는 학생들이 사진 찍는데, 원숭이도 아니고 마음이 찢어지더라고요…”

인천 남동구에 거주하는 안모(54)씨는 최근 90세 아버지를 위해 이동 목욕차 서비스를 이용하다 주민들 반대에 부딪혀 곤란을 겪고 있다.

안 씨는 치매 증상을 보이는 아버지를 위해 지난달부터 이동 목욕차 서비스를 신청했다.

이동 목욕차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세면시설이 갖춰진 차량이 가정을 방문해 목욕을 도와주는 서비스다.

안 씨는 지난달 두 차례 이동 목욕차를 통해 아버지를 목욕시켰다.

그러던 중 그는 이달 초 세 번째 이동 목욕차 서비스를 받으려다 날벼락을 맞았다.

아버지가 살고 있는 만수동 A아파트 주민들이 단지 내 이동 목욕차 진입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아파트 주민들은 “목욕차에서 나오는 것은 오염된 물이고, 병원균이 있을지 모른다”며 집단으로 민원을 제기했다.

관리사무소는 주민들 민원에 따라 이동 목욕차의 통행을 막았다.

안 씨는 어쩔 수 없이 인근 도로에 차를 세우고, 아버지의 목욕을 도왔다.

그는 “아버지가 치매 초기 증상을 겪고 있고 거동이 불편해서 자식 된 도리로 목욕차를 이용하는 건데 전염병 있는 사람 취급을 당했다”며 “수십 명도 아니고 아버지 1명 목욕하는 건데 이렇게까지 반대하는 것은 집단 이기주의라는 생각 밖에 안 든다”고 토로했다.

아파트 주민들은 이동 목욕차가 사용한 물을 하수구나 단지 내에 버리지 않고 다시 가져가면 허락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안 씨는 “가정에서 나오는 생활 폐수도 다 하수구로 버리는데 목욕한 물을 다시 담아 가라는 것이 말이 되냐”면서 “목욕차 시설도 사용한 물을 다시 담아서 가지고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했다.

이어 “대로변에 주차된 목욕차에 있는 아버지를 보니 자식으로서 마음이 아팠다”며 “주민들의 이기적인 태도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파트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목욕차가 단지 내 하수구에 버린 폐수 때문에 악취로 고통받는 주민들이 많았다”며 “자신이 사용한 물을 담아가는 목욕차는 지금도 단지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지역의 한 사회복지사는 “목욕차 중에서 사용한 물을 다시 담을 수 있는 저장탱크가 설치된 차는 거의 없다”며 “목욕차를 이용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고령의 치매 환자라는 점에서 주민들이 보인 모습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강정규기자/jeongkyu9726@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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