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몰아쳤던 폭풍우가 사라지고 잠시 평온이 찾아 온 느낌이다.

아주대학교병원에 위치한 경기 남부권역외상센터에 연일 진을 치고 있던 내외신 기자들이 제 자리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지난 달 13일 오후,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하다가 북측의 총격으로 총상을 입은 북한군 병사가 아주대병원에서 이국종 교수의 집도로 대수술을 받았다. 아주대 병원으로써는 2011년 1월 ‘아덴만 여명 작전’ 이후, 세계적 이슈가 된 두 번째 사건으로 실시간마다 새로운 뉴스의 진원지가 되었던 것이다. 다행히도 이국종 교수의 열과 성, 그리고 혼을 불어 넣는 1차와 2차 수술이후 북한 귀순병사의 수술 경과가 좋아지고 있다는 소식에 국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현재 전국적으로 설립된 권역외상센터는 ‘아덴만 여명 작전’중 중상을 입은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을 치료했던 이국종 교수가 중증외상 환자 발생 시 즉시 대처할 수 없는 열악한 의료 환경과 제도를 호소하는 과정에서 발단이 됐다. 이에 정치인들과 행정부에서는 2012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전국적으로 17개 권역외상센터를 지정하는 한편,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행정적, 재정적으로 지원 운영할 수 있는 법규를 제도화 했는데 이는 이국종 교수의 공로가 매우 컸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권역별 운영실태를 보면 의사와 간호사 등 해당 의료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병원이 대다수이고 실제 정상적으로 운영 중인 병원은 불과 9개 병원뿐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운영상의 문제점은 보완하지 않은 채 외상센터 건립에 따른 외형적 확장에만 행정력을 집중하였으며 진료수가 현실화 등 운영전반에 대한 재정적 지원은 게을리 하였다. 예컨대 이국종 교수가 2011년 석해균선장의 성공적 수술 후 해결되지 않은 치료비 문제와 환자를 살리기 위해 몸부림쳐도 개선되지 않는 ‘중증 외상분야’에 대한 의료수가의 문제점을 각 언론에 토로하여 우리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행정당국의 임기응변식 무책임한 행태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우선 석해균 선장의 수술비 문제도 전액 회수되지 않아 미수금 2억4천여만 원을 아주대학교 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대우학원에서 손비처리를 했다한다.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세계적 명의 이국종’ 이라고 치켜세우며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을 때는 적극 해결하는 척 하다가 여론과 국민들의 관심이 점차 멀어지자 관련 수술비용을 처리함에 있어 제반 법규와 사인간의 문제라고 발뺌을 하는 기회주의적 행정은 국민들로부터 비난 받아 마땅하다. 당시 대수술을 집도한 이국종 교수의 입장은 공(功)을 떠나 법인에 손해를 입힌 원인 제공자 되었으니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비단 이것뿐이겠는가? 중증외상환자의 궁극적 목적은 온갖 의술을 다 동원하여 생명부터 살리는 일이다. 수술은 한 번에 끝나지 않고 생명유지를 위한 고가의 장치와 특수 약품을 투여하는데 투입된 원가에 비해 수가를 인정받지 못해 결국 적자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과 정부는 ‘이국종 교수의 활약’으로 권역외상센터의 예산이 212억 원 증액 되었다고 언론을 통해 또 한 번 대서특필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양질호피(羊質虎皮)에 불과 할 뿐이다. 예산만 세워 놓고 진료비 청구와 심사과정에서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진료 수가를 조절 감액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에서는 의료계의 구조적인 문제, 즉 의료인들의 기피 진료과목인 외상외과 과목과 정신질환 과목에 대한 진료수가를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 주목할 점은 ‘아덴만 여명작전’과 관련 체불된 진료비가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정신을 발휘, 또 다시 의술을 제공한 학교법인 대우학원에 찬사를 보내며 “본인은 한낱 지방의대 출신의 시골의사”에 불과하다는 인간미 넘치는 이국종교수의 겸손함에 머리가 숙여진다. 아울러 금번 ‘북한병사 귀순 중 총탄에 의한 치료비 청구건’에 대한 진료경비 역시 이번에는 통일부소관이니 국방부소관이니 하며 부처 간 핑퐁게임을 하지 말고 깔끔하게 정부에서 일괄 처리해주길 바란다.


정겸 시인, 경기시인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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