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법 시행령 개정… 피해는 소상공인 몫

#수원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2015년 VAN업체 B사와 계약해 카드결제단말기(POS)를 설치했다. 매달 일정 건수 이상 카드 결제를 하면 단말기 사용료의 일부를 환급받는 게 조건이었다. 계약 첫 해에는 환급 조건에 미달했으나 지난해 1월부터는 매출이 늘면서 결제 건수가 계약 조건을 넘어섰다. 하지만 환급을 받은 것은 단 1차례. B사는 재정 악화를 이유로 환급을 미루다 지난 4월부터는 관련법령 개정을 근거로 이를 거부했다. 대형가맹점 기준이 연매출 1천억 원에서 3억 원으로 줄면서 A씨가 환급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게 이유다. A씨는 “관련법 개정 이유로 계약서에 명시된 환급을 중지, 손해는 고스란히 소상공인 몫으로 돌아온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시행령 개정으로 합법 계약이 한순간 불법으로 전락, 소상공인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 여신금융협회 등에 따르면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이 지난해 4월 26일 개정되면서 대형가맹점 기준이 연매출 1천억 원에서 3억 원 이상으로 확대됐다.

여전법은 VAN(부가가치통신망)사의 무분별한 리베이트 경쟁을 근절하기 위한 것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매장을 대형가맹점으로 분류, 보상금 지급을 금지하고 있다.

문제는 법령 개정 이전 규정에 따라 적합하게 체결된 계약도 소급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매출 증가로 일시에 대형가맹점이 된 소상공인들은 계약서에 명시된 금액조차 환급받을 수 없다.

VAN사가 재정 악화 등을 이유로 법령 개정 전 지급하지 않았던 보상금도 돌려받지 못한다.

개정 후 연매출 3억 원 이상의 매장에 환급금 등을 지불하는 모든 행위는 부당한 보상에 해당한다는 금융위원회의 법령해석은 이들을 옴짝달싹 못하게 했다.

결국 계약서에 명시된 환급 규정은 그림의 떡에 불과한 셈이다.

대형가맹점 기준 매출을 너무 적게 책정한 게 원인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자료를 보면 경기도 내 상가의 월 평균 매출은 4천534만 원이다.

연매출로 환산하면 5억4천여만 원으로 대형가맹점 기준 매출보다 2억4천여만 원이 많다.

이병덕 경기도소상공인연합회장은 “연매출 3억 원이면 월매출 2천500만 원 정도인데 그다지 높은 매출액은 아니다”라며 “법령 개정 전 계약한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예외를 두거나 환급 유예기간 등을 정했다면 혼란이 덜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관련 유권해석이 나왔기 때문에 환급받기 위해선 민사소송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계약서 세부내용, 적용 기준 등을 살펴봐야 하지만 유권해석이 있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채태병기자/ctb@joongboo.com
▲ 사진=연합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