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유대인도 트럼프-김정은 비교하며 "미친 지도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선언한 뒤 트럼프 대통령의 이-팔 평화 정책 구상에 대한 성토가 예루살렘에서 쏟아졌다.

 이스라엘에 점령된 동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인들 사이에서는 "트럼프가 평화를 망치고 쓸데없는 선언을 했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동예루살렘의 올드시티(구시가지) 관문인 '다마스쿠스 게이트' 앞에서 만난 팔레스타인인들은 한결같이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수도' 선언 비판에 열을 올렸다.

 반미 시위가 열린 올드시티 주변을 아들 둘과 함께 찾은 팔레스타인인 파리스 리시크(45)는 "트럼프의 발언은 미친 짓"이라며 "예루살렘은 매우 민감한 주제인데 왜 그런 선언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느 국가도 어느 지도자도 예루살렘이 누구의 것인지 결정할 수도 없다. 그런데 미국은 그런 선언을 한 유일한 국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일찍부터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 해결에는 관심이 없었고 이번엔 우리의 평화까지 깨 버렸다"라고 말했다.

 히잡을 쓴 팔레스타인 여성 지한 압바시(37)도 "트럼프의 선언으로 많은 사람이분노하고 있다"며 "그의 발표는 어떤 것도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가 이런 식으로 계속 자극을 하면 3차 인티파다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도 경고했다.

 반미 시위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고 현장을 보기만 하러 왔다는 팔레스타인인 샤크나르 마세르(50)도 "트럼프는 미쳤다"는 말만 남기고 인터뷰는 사양하겠다고 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외곽에 사는 택시기사 오넨 인지(46) 역시 "트럼프가 도움이안되는 짓을 했다"고 언성을 높였다.

 유대인인 인지는 트럼프 대통령을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비교하며 "국제적인 두 명의 미친 지도자들"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발언이나 행동을 예측하기 어렵고 국제 평화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의미로 한 비판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수도 인정' 발언이 이-팔 간 평화 협상 과정에도 실익이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선언을 한 이유를 묻는 말엔 "그는 비즈니스맨이다.

비즈니스를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에 가고 그곳에서 무기 거래를 하고 이익을 챙겼다.

이번 선언 역시 그의 계산적 판단으로 이뤄진 게 아니겠냐"고 답했다.

 올드시티에 사는 기독교계 이스라엘인 하고브 베니안(27)도 "트럼프가 멍청한 결정을 내렸다"고 진단했다.

 그는 "트럼프의 발표 타이밍은 매우 부적절했다"며 "그 발표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 협상이 더 어렵게 됐다. 예루살렘에 사는 유대인과 아랍인들간 갈등의 골만 더 깊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예루살렘의 지위를 놓고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인 간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도 느껴졌다.

 유대인인 인지는 "트럼프가 굳이 선언을 하지 않아도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라며 "예루살렘은 2~3천년부터 우리의 땅이자 수도였다"고 말했다.

 반면 팔레스타인인 리시크는 "예루살렘은 우리의 수도이기도 하다"며 "우리는 원래부터 예루살렘에 살았던 사람들이고 앞으로도 계속 이곳에서 살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독교도인 베니안은 이스라엘이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해 동예루살렘을점령한 뒤 예루살렘을 사실상 수도로 삼고 있다는 사실을 현실적론 인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베니안은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거의 모두가 알고 있는데 트럼프가 굳이 이-팔 평화를 망치면서까지 그런 선언을 할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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