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神)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공공기관·공기업이 일부 계층에게 더욱 열린 문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채용비리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높은 상태다. 민간 기업에 비해 공정한 채용이 이루어질 것이며 오로지 실력만 있으면 취업이 가능할 것이란 믿음이 무너진 지도 오래다. 이에 정부가 ‘무관용 원칙’,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 등을 천명하며 채용비리 근절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천태만상의 비리 행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정부가 공공기관·공기업 275개 기관의 채용비리에 관한 특별점검 중간 결과를 발표했는데 각 부처별로 실시한 전수 점검 결과 총 2,234건의 지적사항이 새롭게 드러났다.

비리 유형이 워낙 다양하고 비상식적인 행태도 만연해 있다. 위원 구성이 적절치 못한 경우가 527건으로 가장 많았고, 관련 규정 미비, 모집 공고의 부적절, 부당한 평가 기준 적용, 선발인원 임의 변경 등이 뒤따랐다. 수법만 보아도 채용비리가 일어날 소지가 곳곳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심지어 채용절차를 거치지 않고 특정인을 채용한 경우도 있었고, 우대사항 가점을 고의로 조작하거나 심지어 서류를 조작하여 특정인을 추가로 채용한 사례도 나왔다. 기관장이나 기관 내 고위 인사가 외부 고위층의 인사 청탁을 받고 부정행위에 적극 개입한 경우다.

불합격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합격될 때까지 채용기준을 바꿨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러고도 우리 사회가 공정한 민주사회라고 할 수 있겠는가. 정부는 채용비리 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143건에 대해서는 징계 절차에 착수했고, 44건은 수사를 의뢰했거나 의뢰할 방침이다. 현재 채용비리 신고센터에 접수된 제보도 300여 건에 이르고 있다. 정부가 19개 심층조사 대상기관에 대해 현장조사를 벌이고, 지방 공공기관이나 공직 유관단체 등으로 확대하여 전수조사를 진행한다고 하니 반드시 채용비리를 발본색원하여 관련자를 중징계 해야 한다.

공공기관·공기업의 채용비리는 수많은 취업준비생과 그 가족들의 희망을 꺾는 일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배경이 없으면 뒷전으로 밀리는 현실에 얼마나 큰 좌절감을 느끼겠는가. 금수저 논란이 달리 나온 것이 아니다. 공공기관·공기업의 채용비리는 우리 사회가 아직도 공정한 경쟁을 막는 불공정 사회라는 현실을 입증하고 있다. 새 정부에서는 반칙이나 불법이 통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다짐의 연장선상에서 이번이 공공기관의 채용비리를 끊는 출발점이 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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