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질것이 터졌다. 경기단체 통합으로 인해 회장 출연금에 전적으로 의존했던 단체들의 살림살이가 쪼들리며 결국 모 단체 사무국 직원이 감원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이같은 사태는 예고된 것이다. 경기도체육회 회원단체의 경우 회장 출연금에 전적으로 의존해 운영되는 상황에서 통합으로 인해 살림살이가 커졌지만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방안 없이 단체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는 단체들은 언제든지 이같은 현상이 재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사무국 직원의 존치여부는 예산과 업무능력 등의 이유로 경기단체장이 정할 수 있다. 다만 현재보다 미래 발전적인 방향에서 통합을 했다는 틀을 놓고 보면 맞지 않는다. 이전에도 모 단체에서 운영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여직원의 퇴직을 검토했다 급여를 조정하는 선에서 마무리한 점 등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어찌 됐든 경기단체 회장은 그 단체의 살림을 풍성하게 하고 우수 선수 육성 및 생활체육 동호인의 저변확대 라는 의무감을 가져야 한다. 이같은 책임감 없이 경기단체 회장을 역임한다면 이는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 경기단체를 이용하는 것 밖에 안 된다.

사실 경기단체별로 예산의 등락폭은 크다. 경기도체육회 회원단체는 70개지만 사무국이나 직원 등이 필요하지 않은 종목도 있을 만큼 규모 또한 천차만별이다. 이렇듯 체육단체 통합으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하지만 통합으로 인해 거대해진 규모를 발판으로 공격적인 행정을 펼쳐 살림살이를 키우고 있는 단체도 많다. 회장 및 집행부의 출연금에 크게 의존하지 않고 각종 사업을 활발히 펼치는 등 자기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도체육회 회원 단체 가운데 가장 많은 예산을 사용하는 단체는 축구협회다. 대한체육회 회원단체 중에서도 대한축구협회가 가장 많은 예산을 사용하고 있듯이 경기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각 회원단체가 대의원총회를 통해 편성, 도체육회에 제출한 2017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축구 22억7천800여만 원, 태권도 9억700여만 원, 육상 6억8천400여만 원, 야구 6억4천여만 원, 유도 4억300여만 원, 검도 1억300여만 원 이다. 축구의 경우는 직원수도 타 종목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며 대한축구협회의 지정 사업비 지원이 상대적으로 많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이와는 별도로 각종 대회를 주최, 주관하며 심판비, 운영비 등의 실행비 외에 발전기금을 별도로 산정하는 수익사업을 펼쳐 시군협회와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제도화 하고 있다. 여기에 내년도부터는 축구동호회 등록제를 전면적으로 실시할 예정이어서 살림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와는 별도로 도장(道場)화돼 있는 태권도를 비롯, 유도, 검도 등은 자립도가 높아 회장 출연금에 크게 좌지우지되는 상황은 아니다. 다만 육상연맹과 야구소프트볼협회가 많은 예산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점은 회장 출연금이 많기 때문이다. 육상의 경우 회장사인 삼성에서 올해 1억6천여만 원을, 야구협회는 회장 및 이사 등 집행부가 1억여 원을 각각 출연함으로써 타 단체보다는 여유있는 살림을 꾸리고 있다. 하지만 안정적인 이들 단체도 수익사업에 고민을 하고 있다. 삼성은 올해 말로 도육상연맹 회장사를 그만두겠다고 통보한 상태며, 야구소프트볼협회도 현재와 같이 전적으로 의존하는 출연금 비율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수익사업의 필요성을 인식,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규모로 추정하면 경기단체 회장은 사업체를 갖고 있지 않은 인사가 맡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본인의 능력과 집행부에 재력가들을 포진시켜 적당한 출연금을 안정적으로 낼 수 있다면 좋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경기단체가 자립할 수 있도록 사업을 발굴, 추진하는 등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특히 통합 이후 예산을 사용할 곳은 증가하지만 이를 뒷받침 할 출연금 등이 제자리에 머물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자립방안이 강구되지 않고서는 살림이 점점 쪼그라들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은 겨울철 프로리그로 정착됐지만 1995년부터 진행된 배구 슈퍼리그를 수년간 수원체육관에 유치, 당시 협회 임원들이 티켓까지 팔며 수익금을 챙겨 기금을 만들었던 배구협회의 운영방식도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오창원 문화체육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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