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매넌 수천억 버스업체 퍼주기, 남지사도 거꾸로 가고 있어"
남경필 "이 시장 궤변에 길게 말 안해… 수도권 규제 해결 생각해 봤는지"
전해철 "준공영제는 민주당 당론, 방식엔 문제" 南-李 싸잡아 비판

▲ (왼쪽부터) 남경필 경기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전해철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간 버스 준공영제 난타전에 민주당 전해철 경기도당위원장이 본격 가세하기 시작했다.

전 위원장은 버스준공영제를 민주당의 당론이라고 규정짓는 한편, 경기도의 준공영제 추진 문제점을 지적하며 두 사람을 동시에 저격했다.

이에 따라 현재 경기지사 후보군 중 남 지사와 이 시장의 양강구도에서 전 위원장이 자신의 입지를 확보에 나서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난타전의 포문은 이재명 시장이 열었다.

이 시장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매년 수천억 원씩 도민 혈세를 퍼부어 소위 ‘영생흑자기업’을 만들어 주려는 (남경필)지사님께서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정부투자에 반대하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날 정부의 무안국제공항 경유 호남KTX 예산 편성을 비판한 남 지사의 주장(중부일보 2017년 12월 8일자 1면 보도)을 준공영제를 언급하며 반박한 것이다.

이 시장은 “지역거점공항 활성화를 위해 고속철도를 무안공항으로 연장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라며 “그런데 경기도는 공적책임과 담보대책 없이 버스업체의 적자보전과 영업이익 보장을 위해 매년 6천억 원씩 들어갈 ‘엉터리 준공영제’를 졸속시행하려 한다”고 공세를 펴나갔다.

그는 이어 “문재인정부가 거꾸로 가는 것으로 보인다면 그건 지사님께서 지사님도 모르게 거꾸로 가고 있기 때문”이라며 “무안공항 고속철 연장을 반대하기 전에 ‘엉터러 준공영제’ 강행 시도부터 철회하시길 바란다”며 남 지사를 압박했다.

남경필 지사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남 지사는 “버스 준공영제에 대한 이 시장님의 궤변에 대해선 길게 말씀드리지 않겠다”며 무시하는 태도를 보인 뒤 “이재명 시장님은 수도권 규제로 경기도가 얼마나 큰 고통을 겪는지,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라며 역공에 들어갔다.

남 지사는 또 “이재명 시장님. 이제 진영과 전략에 기댄 의미없는 논쟁은 그만두고, 경기도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놓고 함께 진지하게 고민하자”면서 “시대에 맞지 않는 모순과 폐습을 끊어내자. 그것이 이 시장님과 저 같은 정치인이 진짜로 해야할 일”이라며 준공영제에 대한 논쟁을 일축하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남 지사는 수도권 규제 철폐를 주창하며 뉴욕, 런던, 도쿄 등 선진국 수도권에서 시행되고 있는 메가시티를 국토발전전략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수 차례에 걸쳐 밝힌 바 있다.

남 지사의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에 이재명 시장이 준공영제 논란을 끼워넣자 더이상 논란 확산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전해철 위원장의 참전으로 판세는 새로운 형국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전 위원장은 남 지사가 반박글을 올린 9일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실천입니다’라는 글을 게재하며 준공영제 논란에 뛰어들었다.

그는 “버스 준공영제는 경기도 교통문제 해결을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민주당의 당론이기도 하다”라는 말로 준공영제 찬성 의지를 직접적으로 내비쳤다.

그간 경기도의 준공영제 시행을 반대해 온 이재명 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반면 시행방식에 대해서는 비판의 날을 세웠다.

전 위원장은 “(남 지사의)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지난 8월에야 경기도의회에 동의안을 제출했고, 그마저도 충분한 준비와 설명도 없어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했다”면서 “여러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방선거가 있는 내년 6월까지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이와 같이 정책을 실행하고 집행할 위치와 책임이 있는 분이 실천은 하지 않으면서 말로만 주고 받는 정치싸움의 소재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며 남 지사를 비판했다.

전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을 두고 지역정가에서는 내년 1월 차기 경기지사 정식 출마선언에 앞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시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지역정가 관계자는 “현역 경기지사인 남경필과 대중적 인지도를 지닌 이재명, 두 사람의 양강구도 속에서 전해철 위원장이 자신의 입지를 확보하기 시작한 것 같다”면서 “앞으로 전 위원장의 행보가 지방선거 흐름을 어떻게 바꿀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황영민기자/hym@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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