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 금융기관·선박회사·북한 인사들을 독자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했다. 북한이 ICBM 급인 화성-15형을 발사한 것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 조치다. 실질적 효과는 미미하지만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은행 등 단체 20곳이 포함되어 상징적인 강도는 더 세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을 앞둔 시점이어서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을 주장하는 중국 측에 메시지를 전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중국은 유엔안보리 대북제재의 충실한 이행을 강조하면서도 독자적인 대북제재에는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서 한·중 정상의 만남에서 이 부분이 어떤 합의로 이어질지 관심사다.

그런 가운데 최근 북한을 방문한 제프리 펠트먼 유엔 사무차장의 방북 성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펠트먼 사무차장은 북측에 대화채널을 열자고 제안했고, 북한도 유엔과 대화를 정례화 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면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펠트먼 사무차장은 북한 외무상 고위급을 만나 한반도 긴장 상황이 엄중함을 강조했고, 북한도 이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북한이 갑작스럽게 유엔 관계자들의 방북을 허용하고 대화에 응하면서 북한의 태도 변화가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북한이 유엔이라는 중재자를 통해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압박으로부터 벗어나고, 미국과 대화협상에 나서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이 유엔 사무차장의 방북에 상당히 적극적이었다는 사실은 회동 결과에 대한 보도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북한 언론은 북한과 유엔 사이의 이해를 깊이 했으며, 앞으로 다양한 급에서 의사소통을 정례화 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북한이 유엔을 이용해 국제사회에 대화 제스처를 내보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여전히 북한의 국면 전환을 기대하는 것은 섣부르지만 유엔의 방북 허용은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유화책에도 전혀 반응을 내보이지 않던 것과 비교하면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지난 달 말 미사일 발사를 통해 북한은 핵무력을 완성했다며 대대적인 선전 공세를 펼치고 있다. 그 와중에 유엔을 통해 대화 공세를 펼치고 있는 점은 분명한 의도가 있을 것으로 보여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한반도 긴장 완화는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의 필수 조건이다. 북한이 유엔과 대화에 나선 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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