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송은일/문이당/전 10권, 각 380페이지 내외

설화와 신화적 상상력으로 구성한 우리 민족의 대서사시가 10권의 소설로 출간됐다. 송은일 작가의 신작 ‘반야’가 그것이다.

송 작가는 그간 작품을 통해 인간의 화해와 공존의 방식을 모색해왔다. 이 소설은 앞서 2007년 두 권 분량의 소설로 출간된 바 있다. 이번 신간은 송 작가가 이를 10권 분량의 대하소설로 완결해 재출간한 완성본이다. 한국 문단에서 이같은 긴 호흡의 대하소설을 집필한 여성 작가는 ‘토지’의 박경리와 ‘혼불’의 최명희에 이어 세 번째다.

이 책의 기본적인 시점은 조선중기 영·정조 시대다. 하지만 고증이 주요하게 작용하는 일반적인 역사소설의 면모보다는 판타지적인 면을 더한다. 신분의 차이가 엄혹했던 시절, 가장 천한 계층이었던 무녀 ‘반야’를 주인공으로 한 이 작품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이상세계를 이루고자 하는 인간살이의 궁극적인 면을 보이고자 한다.

천기(天氣)를 읽는 무녀 ‘반야’는 영조가 즉위하던 해 가장 천한 신분으로 태어나지만 특유의 능력으로 신분상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하지만 자신의 반야는 자신의 신분상승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모두가 평등한 이상 세계를 꿈꾼다. 그러던 반야는 평등사상을 강령으로 고조선때부터 결성돼 이상 세계를 이루어 나가고자 하는 비밀결사조직 ‘사신계’를 알게 된다.

하지만 당시 조선에는 사신계와 비슷한 사상으로 출발했지만 변질돼 왕권을 쥐고자 온갖 암투를 일삼는 비밀조직 ‘만단사’도 있었다. 여기에 기존에 존재해온 기득권세력들이 얽히며 3파전이 진행된다.

반야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세 세력의 전쟁 속에는 모든 갈등과 인간적 고뇌가 들어있다. 또 그 안에는 각자의 인연과 삶에 깃들어 있는 한과 설움, 꿈과 희망도 존재한다. 이 모든 것들은 송 작가 특유의 독특한 서사로 밀도 있게 묘사된다. 흥미진진하면서도 과장하지 않는 진솔하게 이야기들은 또 하나의 역사 소설 스타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이 작품은 영조와 사도세자와의 갈등 등 특정 시대의 이야기였음을 짐작하게 하는 사건들이 함께 묘사된다. 이는 작품의 실감도를 높이면서도 역사적 시점에서 너무 동떨어지지 않게 해 당시의 엄격한 사회상을 상기시키는 미묘한 텐션을 준다. 이렇게 소설은 익숙해보이면서도 새로운 또 다른 세계에서의 일대기는 당시 시대상의 모습을 재미있으면서도 경박하지 않게, 진중하면서도 구성지게 표현된다.

송 작가는 이 소설에 대해 “비록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현재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두 조직의 강령과 행위에 있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출간된 긴 호흡의 역사소설 “반야”는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희망이 표현돼 있다.

황호영기자/alex179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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