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세 시의 사람/최영진, 최옥정/삼인행

요즘 세상은 모든 사람이 바쁘고 피곤하다. 그래서 앞만 보고 가느라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때로는 앞을 향해 달리는 것을 잠시 멈추는 것만으로도, 또 잠시 내 발밑을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치유와 성찰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자투리 시간에 한두 편이라도 읽으며 조용히 마음속에 말을 걸 수 있는 독서는 어떨까.

때때로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포토에세이가 출간됐다. 소설가와 사진작가 남매가 펴낸 ‘오후 세 시의 사람’이 그것이다. 90여 개의 편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한 페이지를 거의 메우는 사진과 짧은 글로 돼 있다. 그 안에 있는 사진 작품들은 모두 표지 사진처럼 하나 하나 독자로 하여금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특별함이 있고, 글은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짧게 끝나는 글도 있고 길게 이어지는 이야기도 있다.

한꺼번에 일독이나 정독을 권하는 책이 아니기에 언제 어디를 펴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이에 이 책은 읽는 사람에 따라 시집이 되고 수필집이 되고, 단편소설집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은 오후 세 시 같은 인생의 후반기에 도달한 사람의 생각과 감정과 생활을 들여다보면서 마음의 평화를 느낄 시간을 준다. 책의 중반을 넘어서면 저자의 글은 좀 더 내밀하게 일상을 파고든다. 중년을 넘어선 사람, 좌절을 경험하고 인생의 쓴맛을 본 사람의 내면 풍경을 따라가면서 일상을 그려 준다. 40~50대의 사람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변화는 과연 옳은가? 등을 함께 생각해보게 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그보다 더 젊거나 더 나이 든 사람에게도 삶을 문득 돌아보게 한다. 그렇게 최영진 사진작가와 최옥정 작가는 한 번쯤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 거지?”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볼 시간을 갖자고 독자에게 조심스레 제안한다.

이 책은 현재의 인생에서 한 번 쯤 멈춤의 시간을 갖고자 하는 사람, 자신의 삶이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 고민하는 사람, 위로받고 싶은사람 등 모두에게 순간의 안식을 가져다 줄 것이다.

황호영기자/alex179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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