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연일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하다 총상을 입은 북한 군인을 치료하여 살려낸 이국종 교수가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우리가 못하는 일을 대신하고 있는 분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기도 하지만 일부 정치인들에 의해 매도를 당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많은 이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고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사과를 할 의향이 있다며 오해를 풀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문우리나라의 중증 외상 환자의 대부분은 노동인력이다. 산업현장에서 일하다가 다치는 인력들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교통사고 환자 등이다. 노동자의 권익을 추구하는 정당인이 정작 심각한 부상을 당한 노동자들의 마지막 삶을 지켜내기 위해 외롭게 분투하고 있는 의사에 대해 인권을 언급하며 비난을 하여 더욱 논란이 커진 것 같다.

귀순한 북한군 병사의 헬기 후송 때 응급구호를 맡은 미8군 의료담당 부사관은“환자를 본 순간, 15분 내에 죽을 것이라고 직감했고, 기도를 드리는 수밖에 없었다. 귀순 병사가 살아난 것은 기적이다”라고 말했다.

우리 나라의 공식 지정 권역별 외상센터는 현재 9곳에 불과하며 인력난과 예산부족에 허덕이는 어려운 형편에서 사실상 사망이 예견된 북한군 병사를 살려낸 것이야말로 기적과 같은 일이며, 이미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을 살려낸 이국종 교수의 능력은 다시 한 번 놀라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국종 교수는 북한 귀순 병사의 치료를 하면서 자유 대한민국을 찾아왔으니, 자유 대한민국이 직접 살려내야 할 환자라는 마음 가짐으로 치료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환자에 대한 인권침해라는 논란에 대해 이국종 교수는“말이 말을 낳고 낳은 말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말이 잔치가 돼버리는 복잡한 상황에서 버텨나갈 힘이 없다”며 환자의 인권침해 이전에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중증외상센터 직원들의 고충에 대해 토로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며 외적인 덩치는 커졌지만, 영웅과 사기꾼을 구별해내는 안목을 키우지는 못했던 것이 사실이며, 마녀사냥에 익숙한 사회적 풍토 속에 인권문제에 대해 진정성있게 접근하는 정치인들은 극소수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논쟁은 우리 사회의 악습에 가까운 사회적 풍토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고 이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아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중증외상 환자가 발생하는 환경과 경로에 대한 냉철한 분석을 통해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안전한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제도 마련과 의료계의 구조 개편을 촉발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정치인들은 인기를 얻고 시류에 편승하여 이슈를 만들어 내는 것보다 이국종 의사와 같은 영웅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손질하는 것이 정치인들의 본분일 것이다. 이국종 교수 에게도 가족들과 행복하게 저녁을 즐기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도 소박한 삶의 가치에 대한 배려일 것이다.

죽는 날, 관속에 가지고 갈 것은 그동안 치료한 환자의 명부뿐이라는 그의 투철한 직업의식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며, 지금 이 시간에도 현장에서 헌신적인 자세로 진료에 임하고 있는 응급외상 센터 이국종 교수와 의료진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민근 안산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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