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선 드론업체 숨비 대표

지난 2015년 여름 을왕리해수욕장.대형 독수리 같은 드론 한 대가 하늘을 맴돌며 바다에 몸을 담근 피서객들을 주시했다.

주인공은 해상구조 멀티곱터라 불리는 대형 드론 V-200.V-200을 세상에 낸 사람이 ㈜숨비의 오인선 대표라는 것을 알게 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오 대표는 멀티콥터의 기술을 특허로 등록하면서 세상에 점차 이름을 알렸다.

오 대표를 다시 만난 건 지난 4일 영흥도 진두선착장에서였다.

오 대표의 자식 같은 드론은 2년 만에 몰라보게 달라져있었다.

드론은 5t 규모의 이동장치 차량 DMS에 실려 왔다.

이날 오 대표의 드론들은 DMS에서 나와 수면 위를 날며 실종됐던 낚싯배 어선 승객들을 찾고 있었다.

상전벽해, 칭찬하면 일취월장이라는 말을 이럴 때 쓴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오 대표를 알아갈 수록 궁금한 것이 늘어났다.

취미용이 아닌 산업용 드론의 역할과 보편화되기 전 이뤄낸 드론의 고도화 기술, 드론의 현주소.

묻고 싶은 것은 많았는데 무엇보다 전문인이 아닌 오 대표가 드론 업계에서 뛰어들었던 이유를 알고 싶었다.

그와 만나기란 쉽지만은 않았다.

인터뷰 요청에 “오늘은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실용화 기술개발을 위한 협약을 체결해야 하고요. 내일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미팅이 잡혀있습니다. 이번 주 일정을 보니 화요일 오전 9시가 괜찮을 것 같습니다. 10시 반에는 또 손님이 오기로 해서 부족하다면 다음 주에 한 시간 정도 비워두겠습니다.”라는 답이 왔다.

인터뷰는 오전 9시부터였지만 연구원들과의 회의가 길어져 15분이 지연됐다.

인터뷰 중간 중간에도 쉴 새 없이 오는 전화와 문의 때문에 흐름이 끊겨 오 대표는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바쁜척해서 죄송합니다”라고 겸손하게 사과했다.

결국 부족한 인터뷰는 한 주를 넘겨 재진행됐다.

-시간내기가 어려운 듯 한데.

“제가 처음 드론 사업에 뛰어들었던 해가 2012년입니다. 당시에 드론은 보편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알리는 게 주목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새 드론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잖아요. 새 정부 들어오면서 4차 산업혁명의 주요 매개체라고 설명되면서부터는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드론을 아예 모르던 분들도 궁금한 게 생기면 제게 직접 물어보거든요. 그렇다보니 전화도 계속 울려대고 메시지가 쌓이고 쌓이네요.”

-드론이 많이 발전한 것 같다. 영흥도에서 보니 드론이 전용 차량에 실려 오던데.

“그 차량은 DMS, 드론 모바일스테이션의 약자입니다. 이동식 재난이나 재해의 컨트롤 타워 콘셉트로 개발됐죠. 드론이 현장을 살펴볼 동안 DMS 차량 내에서 드론을 제어하거나 실시간 영상을 송수신하고 있기 때문에 가장 정확하고 빠른 분석을 할 수 있죠.”

-지난달 광화문에서 선보인 그 차량이 맞나.

“네. 11월 18일에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2017혁신성장동력 챌린지퍼레이드에 3년 연속 참가한 건데요. 이날 드론을 시연하고 우리 숨비의 최첨단 기술인 DMS를 전격 공개했죠. 직접 시민들이 드론을 체험하고 DMS를 통해서 만약 재난이 발생한 경우에 대비해 정보 수집 과정과 실시간 영상을 보여줬죠. 드론으로 촬영한 광화문 일대 영상을 실시간으로 관람객에게 보여주었더니 많은 분들이 놀라시더라고요.”

-오 대표의 드론은 산업용인데,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는 건가.

“여름철 해수욕장에서는 인명구조에 대비해 혹 물에 빠진 사람을 바로 발견하는 역할을 하죠. 드론이 촬영한 실시간 영상이 안전본부에 전달되면 구조대가 바로 투입될 수 있습니다. 해양 안전사고라는 게 골든타임이 매우 중요하잖아요. 드론을 이용하면 최대 3분 이내에 구조할 수 있습니다. 또 한참 언론에 나왔지만 불법 어업을 지도 단속할 수도 있습니다. 어장구역을 이탈하거나 이탈하는 어구가 발생하지 않도록 감시자 역할을 하게 되고요. 육상에서는 비산먼지 사업장들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공해가 되는 먼지들이 실시간 퍼지는 속도나 범위를 알려주기도 하고요. 말 그대로 모든 기록을 영상으로 보관하고 전달할 수 있죠.”

-취미용 완구 드론과 산업용 드론의 차이는 무엇인가.

“일단 크기에서 차이가 나죠. 완구용 드론은 작고 손에 들기 쉬운 형태로 만들어져요. 조종을 하더라도 시야 범위 내에서 날아야하고요. 산업용은 기본 비행 거리가 2㎞는 돼야 하고 바다에서는 튜브를 직접 투하할 수 있도록 규모가 크고 중량감이 있어야 해요. 저는 지금 튜브 하나 보다는 최대 5개 장착이 가능하도록 50㎏ 무게에 비행 3㎞ 이상이 가능한 드론을 개발 중에 있습니다.”

-갈수록 드론업체가 늘어나는 추세인 것 같은데.

“그렇긴 한데 변별력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자동차 회사를 현대와 기아로 본다면 요새 드론업체가 늘고 있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한국에 자동차 업체가 500개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자동차수리센터와 부품업체까지 3천 곳이 넘죠. 산업용 드론을 만드는 업체는 4곳 정도에 불과한데 완구용 2만 원짜리를 파는 업체도 산업용업체로 등록돼 있는 게 현주소입니다. 게다가 중국에서 값싼 드론들이 들어오면서 더 늘어난 추세죠.”

-중국산 드론은 가격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밖에 없을 텐데.

“맞습니다. 값싼 자재를 이용한 중국산들이 저가의 완구용이라고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산업용 드론은 기술력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4차 산업으로 가는 길목에는 다양한 종류의 드론들이 있지만 산업 발전과 혁명에는 기술력 보유가 큰 차이를 낼 수 있습니다. 소재나 부품에서 차이가 나고 성능도 뛰어나니 하드웨어 차이에서 이제는 소프트웨어 측면에서의 차별성까지 보유하게 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본인이 만드는 드론은 어떤 특성이 있나.

“비행 제어장치를 장착했습니다. 비행 제어장치는 드론이 좌우로 행동할 때 명령하는 장치를 말합니다. 또 GCS라는 지상통제장치도 접목을 했고요. 비행과 지상에서의 통제가 가능한 장치들을 통합해 공공수요가 가능한 DMS를 장착한 게 우리 드론의 특성입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우리 드론만 이 세 가지를 충족한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드론에 대한 이야기를 전문적으로 하고 있는데, 전공했나.

“전혀 아닙니다. 저는 인천 옹진군 대청도 출신입니다. 어렸을 때 바다에서 자라면서 바다와 친숙했습니다. 그만큼 위험에도 노출돼 있었죠. 꼬마때부터 바다에 친구와 삼촌들을 잃다보니 트라우마가 남아있었습니다. 청년 때 건설회사를 다니면서 돈을 모으게 되면서 취미로 했던 인명구조 일이 세컨드 잡처럼 자리를 잡게 되더라고요. 바다에 대한 기억때문에 심폐소생술과 스쿠버다이빙를 꾸준히 했었거든요. 계속 하다보니 우리나라 환경에서는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구조체제가 없다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와이나 캘리포니아를 가면 구조 체제가 확고하게 자리 잡혀 있습니다. 국내 몇몇 레저학과가 운영되고 있지만 학생들이 경험과 이론이 없다보니 인명 구조시 동반사고가 발생하거나 진압도 어렵더라고요. 어려운 이 부분에 대해서 개인적으로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거기다가 구조탓, 환경탓, 남탓, 이렇게 탓만 하다보니 대안은 보통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탁’하고 대안이 떠올랐나.

“영감이 번쩍 난 것은 아니고 새벽에 우연히 물을 마시러 거실에 나왔다가 TV를 보게 됐어요. 근데 그 때 지구촌 뉴스를 보게 됐는데 아마존에서 택배를 드론을 이용해 보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10초, 20초도 넘지 않는 그 영상을 보고 유레카를 외친거죠. 아마존에서 하는 저 드론, 저게 바로 사람을 살릴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드론이 뛰어든건가.

“내 전 재산을 들고 드론 연구실과 사무실을 마련했습니다. 액수로만 치면 5년 동안 100억 원이 넘는 개발비와 연구비가 들어갔습니다. 얼마를 벌었는지 궁금하실텐데 작년에 매출이 늘면서 3억 원 정도 수익을 냈습니다. 97억 원은 마이너스네요. 그런데 저는 이게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백억 원을 들여 완벽한 드론을 만들면 사람도 살리고 돈도 버는 일인데 전 재산을 쏟아 붓지 못할 이유가 있겠습니다. 내년에는 더 큰 파급효과로 약 70억 원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긍정적으로 바라봐야죠.”

-드론을 개발하면서 어려운 점이 많았겠지만 기억에 남는 일은.

“실험을 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나거나 실험이 실패로 돌아가면 비행하던 드론은 바로 땅으로 추락합니다. 드론이 곤두박질하고 땅에서 산산조각나면 금전적으로 건질 수 있는 것은 제로입니다. 혹시라도 원인을 발견하지 못하면 수 없이 많은 드론들이 그대로 부서집니다. 제가 개발한 드론 중 S-200이 그렇게 제 마음을 힘들게 했습니다. 힘들게 착륙시켜놓으면 추락하고 오류나고. 속된 말로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그 때 종교에 의존하면서 간절히 기도를 한 적이 있어요. 비행이 잘되게 해달라고요. 내가 어떤 대가를 내놓아야만 내 간절함이 이뤄질 것 같더라고요. 비행에 성공하면 좋아하던 술, 담배를 끊겠다고 각오했습니다. 2015년 1월 16일에 S-200의 비행이 성공을 했습니다. 그 날 이후 전 술 한 모금, 담배 한 개피도 피우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간절하게 원하는 것이 있나.

“시장을 개척하는 단계인데 아직도 국내에는 보수적인 사람들이 많습니다. 혼자 300을 상대하는 기분이 들어 좌절감도 맛보고 있습니다. 국내 투자자들은 아직도 보수적인 입장이다보니 해외의 니즈(needs)를 오히려 수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요. 저는 여러 계획을 세워 점차 발전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또 노력하고 있습니다. 두들겨라, 열려라. 이런 마음으로 지난 5년간의 열정에 대한 보답보다는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창의적이고 진보적인 사고가 자리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조현진기자/chj@joongboo.com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