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17년 정유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이 어제 있었던 일 같은데 1년이 훌쩍 지났다. 어찌 보면 기적 같은 일이었다. 작년 이맘때 탄핵소추안 표결 당시 야당의 최대 인원은 172명으로 탄핵 정족수인 200명을 채우기 위해서는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 28명의 찬성이 필요했다. 그렇기 때문에 결과를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투표 결과는 299명 중 234명 찬성이었다. 최소 62명의 새누리당 의원들이 탄핵에 찬성한 것이다. 이러한 기적은 연인원 1,700만 명이 참가한 촛불집회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촛불이 국민주권의 새 시대를 열었다.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행동으로 직접 확인시켜 주었다. 미국의 독립선언문을 기초한 토마스 제퍼슨은 ‘민주주의라는 나무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했다. 그러나 위대한 우리 국민들은 현직 대통령이 저지른 사상초유의 국정농단에 대해 불법이 아닌 준법으로, 폭력이 아닌 비폭력으로 맞섰다. 지난겨울 차가운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냉기와 찬바람을 온몸으로 이겨내고 어둠에 맞서 촛불을 밝힌 우리 국민들은 민주주의를 지켜낸 영웅이다.

지난 대선에서 ‘나라를 나라답게’ 라는 구호는 특정 후보의 것이 아니라, 이 땅의 주권자인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었다. 정권교체는 촛불시민혁명의 종착점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을 계승하는 정부다.

문재인 정부는 준비된 정부임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불과 몇 달 사이에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대통령 집무실을 비서진들이 쓰는 공간으로 옮겼고, 청와대를 국민한테 돌려주고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전 정부에서 볼 수 없었던 탈권위와 대국민 소통을 하는 것이다. 또한, 외교부·노동부·국가보훈처 등 그 동안 남성 위주의 부처에 여성 장관을 임명하여 ‘유리천장’을 깨는 시도를 하고 있다.

또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없었지만, 국정농단으로 발생한 6개월 이상의 국정공백을 빠르게 메워 나갔다. 후보시절, ‘일자리 대통령’을 강조한 만큼, 취임 하자마자 대통령 직속 ‘일자리 위원회’를 만들고,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만들어서 매일 점검하고 있다. 또한,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국정교과서를 폐지하였다. 노후한 석탄 화력발전소를 폐쇄하고, 세월호 참사로 숨진 2명의 기간제 교사를 순직 처리하도록 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문제를 공론화 방식을 통해 결정함으로써 숙의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빠르게 정상화가 되었다. 북핵으로 인한 엄중한 안보상황 속에서도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의 공조를 이끌어냈다. 또한, 파탄난 한중관계도 복원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초고소득자와 초대기업에 대한 소득세와 법인세를 인상해 경제 패러다임이 재벌이 아닌 중산층과 서민 중심으로 바뀌었음을 선언했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과 직결된 소방공무원 등 현장 민생 공무원 충원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일자리 안정자금 예산을 확보했으며, 내년부터 어린이집 누리과정 전액 국고지원과 기초노령연금 인상, 아동수당 지급도 시행될 예정이다. 보다 민주적인 나라, 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어가는 조용한 혁명이 지금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번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나라다운 나라’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을 다 채우기엔 부족하다. 여소야대라는 구조적 한계를 부정할 수 없다. 우여곡절 끝에 예산안을 통과시켰지만, 민생법안과 개혁법안 통과를 위해 더 높은 산을 넘어야 하는 상황이다. 적폐 청산이 결국 제도 개선을 통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에, 입법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여소야대를 뚫고 나가기 위해서는 결국 국민의 지지가 절실하다. 작년 촛불정국, 대통령 탄핵, 그리고 대선까지 위대한 국민과 함께 했듯이, 더불어민주당은 앞으로도 국민과 함께 헤쳐 나갈 것이다. 답은 국민한테 있다는 것을 올 한 해 배웠다.

백혜련 국회의원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