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마닐라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동상이 세워졌다. 이 동상은 필리핀 국가역사위원회가 설치한 것으로 필리핀 전통의상을 입은 여성이 눈가리개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 삶이 암흑 같았음을 상징하는 듯 슬픈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동상 기단에는 일제 강점기 성폭력에 희생된 필리핀 여성을 기린다는 내용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이에 일본 정부는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일본의 대변인인 스가 관방장관은 ‘일본의 입장과 상충되는 것으로 극히 유감’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평화의 소녀상 설치 때 들었던 것과 동일한 말이다.

더구나 필리핀 동상이 일본대사관과 3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하여 일본의 불편한 심기가 더 두드러져 보인다. 일본은 필리핀 정부와 마닐라시 당국에 철거를 요구하는 등 즉각 대응하고 있지만 당혹해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필리핀 시민단체의 제안과 자금 기부로 건립된 이 동상 설치를 계기로 필리핀 내 위안부 피해 실태가 재조명될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에서는 1990년대 들어 위안부 피해자임을 밝힌 여성들이 나오면서 실태가 드러났다. 필리핀 내 위안소 12곳에 300여명의 위안부가 있었고, 그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조선인도 26명이나 있었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필리핀 외딴 섬으로 끌려가 전쟁의 한 가운데서 암흑 같았던 삶을 견뎌냈을 것을 생각하면 일본은 지금이라도 당장 역사의 진실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 필리핀의 피해자 중 211명은 일본이 조성한 아시아여성기금의 보상금 지급을 받았지만 일부 피해자들은 여전히 이를 거부하고 일본 정부에 공식적인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에도 전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위안부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는 것을 막고, 우리와는 졸속적인 한일 위안부 합의로 모든 것이 끝났다는 점만을 강조하고 있다.

필리핀을 비롯 전 세계 곳곳에 위안부 상이 설치되고, 설치하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때마침 미국 샌프란시스코시가 위안부 기림비 건립을 승인했다. 일본 오사카 의회는 매우 유감으로 간과할 수 없다며 반대 결의문을 채택하고, 샌프란시스코시와 자매결연 취소 결정을 내리는 등 강경 대응하고 있다. 일본이 막대한 외교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역사의 진실을 감추려 하지만 그들이 뿌려놓은 역사의 흔적들이 봇물 터지듯 계속 드러나는 것을 막을 수 없음이 입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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