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얼마 전 재난안전 키트를 경기도 예산으로 구입해 무상 보급한다는 계획을 세워 논란이 됐던 경기도재난안전본부의 소식을 전한바 있다. 안전본부가 당초 재난관리 기금을 사용하려 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얘기인 즉 재난 발생 시 긴급구조 및 방재시설 보수·보강 등을 위한 법정기금을 활용해 도 출자 기관의 제품을 사들이려 한 것이란 설명이다. 그러니까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하지만 이런 식은 곤란하다. 결국 경기도 주식회사의 재난안전 키트 판매량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기금까지 사용하려 했다는 의혹이 줄을 잇고 있다. 이렇게 재난본부가 내년도 본예산에 재난안전용품 보급사업비 10억 원을 편성하기에 앞서, 재난관리기금 활용 가능 여부를 검토한 이유는 무엇인가.

사업 계획이 기금 조성 용도와 맞지 않아 백지화 된 일을 무슨 생각으로 그리했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알다시피 이러한 재난관리 기금은 재난 및 안전관리를 위한 공공분야 재난 예방활동 및 재난·안전사고 긴급 대응 등을 위해 매년 일정금액을 의무적으로 적립하는 법정기금 아닌가. 그렇다면 그의 용도에 맞는 것 이외 아예 딴 생각을 해서도 실행에 옮겨서도 곤란하다. 무엇보다 기금의 용도를 생각할 때에 경기도 재난관리 기금 운용·관리 조례에 의해서도 안전 취약계층에 무상 보급이 가능한 근거가 없는 이유에서다. 마치 짬짜미식 주고받는 이런 거래가 호소력을 갖기란 어렵다. 의혹만 난무할 수 있다.

재난본부에서 내년도 본예산에 10억 원을 편성, 도내 안전 취약계층 72만7천 가구 중 2만8천 가구에게만 우선 보급키로 한 것이 과연 올바른 판단에서 비롯된 것인지부터 뒤돌아 봐야 한다. 보급사업을 맡은 재난본부 안전기획과 내년도 예산은 60억1천만 원으로 이중 라이프클락 구입비는 전체 예산의 17%를 차지한다는 얘기는 재난 발생 시 이용되는 주민대피시설 운영·관리비가 1억6천만 원만 편성된 상태라는 것과 너무 대조적이다. 이래서야 무슨 올바른 집행이 되는지 자문해야 한다. 더구나 본보 기자의 재난관리 기금의 집행금액을 묻는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참으로 앞뒤가 안 맞는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는 이 즈음에서 이름을 밝히지 않고 배경을 설명한 도 고위관계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러니까 처음에 라이프클락 구입 예산으로 재난관리 기금에서 20억 원이 넘게 출연하려 했던 것으로 실제 재난 발생 시 또는 예방활동에 사용돼야 할 기금으로 실효성도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사서 무상보급 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비단 고위 관계자가 아니라도 이러한 상상을 하기에 충분한 이번 일은 관계부서에서 보다 정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구매 계획이 재난안전 키트의 저조한 판매량을 채우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부터 지워나가야 한다. 이미 도는 라이프클락 출시 후 도청 각 부서에 구매·활용계획을 제출토록 한 일과 판매가 부진하면서 후속 모델 개발계획을 잠정 중단한 적도 있다. 꼼수는 또 다른 꼼수를 낳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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