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이 필요한 곳에 손이 닿으면 그것이 바로 봉사라고 생각합니다. 노인들에게 비용 부담이 되는 틀니 시술을 통해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지난 20여년간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틀니를 시술해 준 안양 예가치과의원 김경헌(58) 원장이 13일 평소 봉사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김 원장은 부친의 사업실패로 가정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양돈사업을 시작해 가족의 살길을 마련해주고 조선대학교 치과대학에 늦깎이로 입학했다.

치과대학교 3학년 재학중 광주소년원에서 소년원생의 종교지도를 담당하고 있는 이규성 목사를 만나게 된 김 원장은 이 목사의 봉사활동에 크게 감명받아 소외된 이웃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1991년 수원시 정자동에 성모치과를 개원했다.

김 원장은 “개원 초기 잡지에서 은퇴를 앞둔 한 치과의사가 자신을 대신해 음성꽃동네 자애병원에서 치과자원봉사를 할 봉사자를 찾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바로 봉사자로 자원해 1992년부터 꽃동네에서 매주 금요일 환자들에게 틀니를 시술했다”고 밝혔다.

1992년부터 1998년까지 7년여간 한결같이 음성꽃동네에서 100여명의 환자에게 틀니를 시술해 준 그는 이후 전남대 치대의사인 수녀에게 또 다시 바톤을 넘겼다.

당시 의사 3명을 포함 20여명이 근무했던 김 원장의 치과에는 하루 100여명씩 환자가 몰려들었고, 자원봉사 등을 통해 개인적인 생활을 전혀 할 수 없었던 김 원장은 결국 건강이 악화되는 등 번아웃증후군에 시달렸다.

김 원장은 환자가 북적이던 수원 성모치과를 정리하고 2003년 8월 김 원장의 탁월한 보철치료에 감탄한 중국인의 초청으로 중국 산동반도 천진에 치과병원을 개업한 뒤 1년여간 봉사활동을 했다.

2005년 귀국한 그는 안양시 안양2동에 예가치과를 개원한 후 의료봉사활동을 계속해 안양1동, 4동, 5동 박달동을 비롯한 인근 여러 주민지원센터와 협조해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틀니를 시술해 주고 있다.

치과진료의 특성상 고비용 문제로 진료가 어려운 노인들을 주민센터 사회복지 담당자의 추천을 받아 매월 2명 정도 무료로 치료해주는 의료봉사를 지속적으로 시행했다.

김 원장은 “정말 형편이 어려운 노인은 혼자 힘으로 치과에 찾아 올 수 없기 때문에 정작 돌봐야 될 노인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질 않는 것 같아 속상했다”며 “실제 도움이 필요한 노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주민지원센터 등의 협조가 뒷받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봉사를 통해 자녀들까지 세상 보는 눈이 달라졌다는 김 원장은 그의 재능인 의술을 통해 앞으로도 따뜻한 세상 만들기에 힘을 다할 계획이다.

정현기자/face001@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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