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대비되는 두 개의 뉴스를 접할 수 있었다. 먼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기사는 일본 3대 은행 중에 하나인 미즈호 은행이 향후 10년간 1만천 명을 순차적으로 감원하겠다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미쓰비스 UFG은행과 미쓰이 스미토모 은행도 각각 9천5백 명과 4천 명의 인원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하였다는 것도 전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당연히 AI 같은 정보기술 발달로 필요인력이 줄어들게 되었기 때문이다. 1970~1980년대 컴퓨터가 기업과 조직을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발생했던 노동인력 감축현상이 다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당시 정보화에 가장 크게 반발했던 집단이 금융, 출판, 신문 산업 종사자들이었다. 그런데 두 번째 정보화라고 할 수 있는 4차산업혁명으로 이들이 또다시 가장 먼저 철퇴를 맞는 것 같은 느낌이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은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IOT) 같은 4차산업혁명은 현존하는 직업과 종사자를 대폭 감축시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감성이나 창의력과 거리가 있는 의사·교수 같은 지식분야 전문 직종이 로봇같은 정보기술에 가장 먼저 자리를 내 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들을 완파하고 있는 <알파고>의 위력으로 보아 이런 예측이 결코 과장되지 않았음을 잘 볼 수 있다.

문제는 산업사회 아니 정보사회에서도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했던 전문지식 종사자들을 정보기술이 대체하면서 이른바 ‘탈숙련화(de-skilling)’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직업분포 중간에 두껍게 형성되었던 이들 직업군이 급속히 축소되면서 하단의 저숙련 직종으로 이동해 가고 있는 것이다. 정보화 최첨단국가라고 자랑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영업자를 가지고 있다는 통계치가 이를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되면 현재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극단적 빈부격차 아니 양극화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소수 상위계층이 한 사회의 부가가치 80~90%를 창출해내고, 대다수 국민들은 이에 의존해 생존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30년 전에 마누엘 가스텔(Manuel Castell)은 정보도시(information city)라는 책에서 이 같은 정보빈자들이 현대판 노예가 될 수가 있다는 것을 암시한 바 있다. 어쩌면 현재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직종간의 극단적 소득차이는 이러한 결과를 피할 수 없는 구조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4차산업혁명위원회와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기존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또 생기는 과정에서 국민들을 불안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해가겠다는 내용이 기사도 눈에 띈다. 물론 지극히 맞는 말이다. 하지만 성급한 판단인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정보기술 발달 속도로 보아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보다 사라지는 일자리가 훨씬 많을 확률이 훨씬 높다. 더 심각한 것은 미래 직업을 전망한 보고서들을 보면, 창출되는 직종들이 사라지는 직종보다 더 높은 숙련도를 요하는 직종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급속한 탈숙련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경제 구조를 감안하면 새롭게 창출된 저숙련 직업들의 수입구조는 여전히 낮을 것이 분명하다. 때문에 4차산업혁명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병폐 즉, ‘금수저·흙수저’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도리어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 정부 내내 ‘창조경제’니 뭐니 하면서 정보기술이나 인터넷 공간에서의 창의적 경제 활동 활성화를 내걸었지만 그들 대다수가 여전히 기본 생계도 유지하기 힘든 상태라는 것이 이를 잘 입증해주고 있다.

그러므로 4차산업혁명에 대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몇 만 일자리 창출 같은 허황되기 그지없는 정치적 슬로건이 아니라 직업 간 수입격차를 줄여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탈숙련화로 인한 경제적 약자들에게 안전판(safeguard)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무조건 국가가 경제적 약자들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4차산업혁명은 19세기 중반 영국에서 벌어졌던 이른바 기계파괴운동(luddite movement)이 다시 벌어질지도 모른다. 정보화의 가장 큰 적은 기술발달을 두려워하는 일반 사람들의 선입견이라는 1994년 빌 게이츠의 말이 다시 떠오른다.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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