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50대 가장의 무게·내부 카르텔
순경서 경감진급까지 25년6개월… 경찰대 출신 등은 간부부터 입문
퇴직 이후 막막… 스트레스 호소

“경찰제복의 자부심 하나로 30년을 버텼는데…”

베이비붐 세대인 김상순(56·가명) 경위는 80년대 후반 순경 공채로 경찰에 입문해 올해 30년 차를 맞는 베테랑 경찰이다.

그동안 일선 경찰서의 주요 부서를 두루 거쳤고, 현재는 인천지역 A지구대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경위에서 경감으로 진급할 수 있는 근속 기준 10년을 넘긴지 오래지만, 때를 놓쳤다는 생각에 꿈(진급)을 접었다.

그는 “일반적(?)으로 근무하면 승진하기 어려운 게 경찰 조직이다. 최근 극단적인 선택을 한 분들도 미래가 안 보이니 막막했을 것”이라며 “당장 몇 년 후면 나도 정년인데 자식들 장가도 못 보내고 마땅한 노후계획도 없으니…”라고 말을 흐렸다.

인사적체가 심화되면서 ‘만년 경위’ 문제는 당사자뿐 아니라 경찰 조직의 균형을 깨트리고 있다.

정년을 앞둔 베이비붐 세대 경위들의 경감 진급은 지체되는 상황에서 경찰대·간부후보생·로스쿨 출신은 매년 늘어나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승진에서 밀린 만년 경위들은 지구대와 파출소 등 최일선 현장에서 말년을 보내고 있다.

13일 경찰청에 따르면 매년 경위로 임용되는 경찰대와 간부후보생 정원은 각각 120명, 50명이다.

여기에 경정 특채(고시)와 로스쿨 출신 경감 정원 20명을 더하면 해마다 200여 명의 간부(경위 이상)가 경찰에 입문한다.

최근 3년을 보면 경찰대·간부후보생 출신 경위 503명과 경감 특채 40명이 경찰에 들어왔다.

‘성골’과 ‘진골’로 분류되는 이들은 초고속 승진과 함께 총경 이상 고위직을 독점하는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

순경 출신이 경감까지 오르려면 근속승진 기준으로 25년 6개월이 걸리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승진에서 밀린 베이비붐 세대 경위들이 향하는 곳은 지구대와 파출소다.

정년을 바라보며 최일선 현장에서 취객과 민원인을 상대하는 게 베이비붐 세대 경위들의 현실이다.

일선 지구대 베이비붐 세대 경위들은 승진은 어렵고, 퇴직 이후 삶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현장의 높은 업무 강도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실제 인천지역 심리상담센터 16곳의 경찰관 대상 상담건수는 2015년 191건에서 지난해 308건으로 3년 사이 61% 급증했다.

이처럼 인천지역 경찰관의 정신적 고통은 해마다 늘고 있지만 경찰청의 대책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경찰청이 최근 직원들의 직무 스트레스 치유를 위해 전국 마음동행센터(트라우마센터)를 기존 6곳에서 3곳 더 신설한다고 밝혔지만 인천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인천경찰청도 직원들의 정신건강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지만 참여율이 저조해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장신중 경찰인권센터장은 “과거 ‘만년 경장’, ‘만년 경사’ 하다가 결국 만년 경위까지 온 것”이라며 “계급 체계를 간소화하고 일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하지 않으면 베이비붐 세대 경위 같은 피해는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청이나 지방청에서 하는 퇴직교육프로그램은 형식적인 수준이라 정년을 맞는 경찰들에게는 도움이 안 된다”며 “탐정제도 등 공공부문에서 할 수 없는 부분을 퇴직 경찰들이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정규기자/jeongkyu9726@joongboo.com

▲ 사진=연합(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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