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제는 모든 국민이 다 아는 의사다. 어쩌면 그는 이 시대를 살기에 부적합할 정도로 솔직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본인의 가치관 앞에서 거침없는 그의 말과 행동과 호흡에서 우리는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의 요즘 언행을 보면 의사보다 투사라 부르고 싶다. 유행처럼 번지며 흉내 내기도 버겁고 안타깝고 거부감이 심했던 욜로족이라는 한심한 캐릭터가 힘을 다하는 시점에 그는 비교하듯 우리에게 영웅으로 갑자기 나타났다. ‘중증외상센터’라는 것조차 낯설던 우리에게 저런 일을 하는 의사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며 영웅이라는 크기로 우리에게 나타났다. 우리 모두들 쓸쓸함에 가슴시린 계절을 맞이하는 때에 마치 촛불 몇 만개쯤을 손에 들고 광야에 홀로 서있는 모습처럼 그는 우리에게 나타났다.

기생충, 옥수수, 소녀시대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는 단어가 갑자기 그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그가 수술을 맡았던 북한 귀순병사에 관련된 브리핑에서 언급된 단어보다 우리를 더 경악하게 했던 것은 5발의 총상을 입은 그 젊은 귀순 병사를 살려내는데 자신감이 충만한 그의 표정과 목소리였던 것이다. 그 자신감에 더해진 회한과 직업적 어려움까지 격정적으로 품어낸 그의 인간적인 목소리에서 우리가 지켜줘야 할 영웅을 발견한 것이다. 이국종, 그에게 우리가 신뢰와 존중의 눈빛을 보내는 이유는 그의 솔직함과 당당한 태도에서 기인한 맑고 투명함이 믿음직하기 때문이다. 그의 손에서 살아난 북한귀순병사는 매일 가슴아파하는 누구랄 것 없이 이 땅에서 군복무를 하고 있는 우리의 아들과 같다고 느껴지는 동질감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런 아들을 성심껏 치료해준 의사를 매도하는 그 누구든 우리들의 적대상대로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더구나 그런 의사가 일하는 환경이 그렇게 열악하다는 것을 투정처럼 쏟아내는 이국종이 의사보다 사람으로 우리에게 다가온 방법이며 사랑과 존경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 시각과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정치인은 이제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 이데올로기처럼 성향이나 진영논리로 내편을 만들려 하지 말라. 우리는 똑같은 고민을 하고 똑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곳을 바라보는 우리와 같은 체온을 가진 사람냄새 나는 정치인을 원하는 것이다. 본인의 주장과 성향만이 옳다는 편견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노후대비를 일찍 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싸움은 정치인들끼리 하라. 제발 사람은 건드리지 마라. 세비를 올리든 보좌관을 더 채용하든 사람은 맘대로 하지마라. 그래서 우리에겐 희망의 정유년 겨울이다.

유현덕 한국캘리그래피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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