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업소 등급제' 폐지선언 했지만, 공인중개사들 반발 여전
세종시 아파트 광고 90% 사라져, 서울·대전 등 전국적으로 확대 움직임
"광고경쟁 부추겨 시장 교란…불법거래 적발된 곳이 우수업체로 둔갑"

"앞으로 네이버에 세종시 아파트 거래 광고를 전면 중단합니다."

이달 초 공인중개사협회 세종시지부가 회원사들에 협조 요청한 내용의 일부다.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지난달 도입한 '우수활동 중개사' 제도를 도입한 데 반발한 공인중개사협회가 광고 철회로 맞불을 놓았다.

중개업소 반발에 놀란 네이버가 급히 제도 폐지를 약속했지만, 협회 측은 예정대로 광고를 중단하겠다는 방침이다.

14일 세종시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협회 방침이 전달되며 최근 네이버에 세종시 아파트 매물이 한꺼번에 사라지고 있다.

세종시 900여개 중개업소 중 80% 정도가 협회 방침을 따르고 있으며,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기준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에 올라온 부동산 매물(매매,전·월세) 광고는 9천여건이었는데, 14일 현재 750건 안팎으로 90% 이상 급감했다.

아파트 분양권 광고는 80%가 줄었고, 아파트 매물 광고는 87% 정도 감소한 것으로 세종시 공인중개사협회는 파악하고 있다.

공인중개사협회는 네이버가 광고경쟁을 부추겨 시장이 혼탁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네이버 부동산은 지난달 중순 '우수활동 중개사 제도'를 도입했다.

허위매물 광고를 없애고자 현장확인 물건을 많이 등록하면 '우수 중개업체'로 선정하는데, 우수업체가 되면 네이버 화면 상단에 노출될 수 있다.

그런데 우수업체가 되려면 결국 현장확인 매물 광고를 많이 해야 해서 결과적으로 광고경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중개업자들은 지적했다.

세종시 한 중개업자는 "광고를 많이 하는 사람이 우수업체 마크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처음엔 120개 매물 광고를 올리는데 6개월에 30만원 초반대 광고비가 들었는데, 우수업체로 선정되려고 서로 경쟁하다 보니 광고비가 끝도 없이 오른다"고 지적했다.

광고 건수를 토대로 한 우수 중개업소 선정이 현실과 동떨어진 것도 문제다.

세종시에 불어닥친 검찰과 국세청의 아파트 분양권 불법거래 단속 때 적발된 업체들이 우수업체로 둔갑했다고 협회 관계자는 전했다.

부동산 중개업소의 반발에 화들짝 놀란 네이버가 우수회원제도를 폐지한다고 발표했지만, 업계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공인중개사협회 차원에서 네이버 광고 중단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대전 도안·둔산동 일대 중개업소들도 예정대로 다음 주부터 네이버 광고를 중단한다는 계획이다.

최주만 공인중개사협회 대전지부장은 "8·2 대책 이후 부동산 경기가 위축돼 울고 싶은데, 네이버가 광고경쟁을 부추기며 뺨을 때렸다"며 "네이버가 우수 중개업소제도를 폐지한다고 밝혔지만, 광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협회는 예정대로 네이버 광고를 중단한다"고 말했다. 연합

▲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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