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축구대표팀 예른 안데르센(54) 감독은 스포츠가 북한의 외교 문제를 푸는데 적잖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옛 동아시안컵) 출전차 일본에 머물고 있는 안데르센 감독은 13일 일본 도쿄의 한 호텔에서 AFP와 만나 북한을 둘러싼 국제정세에 관한 질문에 “난 축구 감독일 뿐이다. 외교 문제에 관해 언급하기 힘들다”라고 답하면서도 “그러나 스포츠는 국가 간 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거듭된 핵실험으로 고립되고 있는 북한이 축구 등 스포츠를 통해 대화의 창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다만 안데르센 감독은 외교 문제에 관한 추가 답변을 하지 않았다. 북한 당국의지원과 현지 생활에 관해 인터뷰의 상당 분량을 할애했다.

안데르센 감독은 먼저 북한에서의 생활을 소개했다. 그는 “평양은 매우 조용하고 깨끗한 곳이며 범죄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평양의 (고려)호텔 스위트 룸에서 아내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유럽에서의 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북한 축구대표팀의 특이한 훈련 환경에 관해서도 소개했다.

그는 “북한 선수들은 매우 친화적”이라며 “유럽에서는 종종 선수들이 감독의 지시를 거부하는 경우가 있지만, 북한 선수들은 그렇지 않다. 피곤한 내색을 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한다”라고 말했다.

북한의 지원에 관해서도 답변을 이어갔다. 안데르센 감독은 “북한은 스포츠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며 “선수들은 평양 내 훈련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하루에 두 번씩 훈련하는데, 마치 프로축구팀을 이끄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주말에만 소속 팀에 돌아가 훈련하는데, 이런 훈련 환경은 전 세계에 북한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데르센 감독은 북한 생활의 고충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현재 북한대표팀엔 나를 돕는 (외국인) 코치가 없다”며 “의견을 내놓고 상의할 만한 지도자가 없다는 게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엔 가치관의 차이로 힘들었는데, 지금은 많이 적응했다”라고 덧붙였다.


노르웨이 출신인 안데르센 감독은 지난해 5월 북한과 1년 계약을 맺었다.

그는 지난해 12월 2018년 3월 31일까지 기간을 연장하는 재계약을 맺었다. 계약만료까지 약 3개월을 남겨두고 있다.

안데르센 감독은 재계약에 관한 언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 북한대표팀을 맡고 싶다고 밝혔다.

안데르센 감독은 “내가 북한대표팀을 계속 지휘한다면 북한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울러 북한은 일본, 한국,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다음으로 아시아 4~5위 수준의 팀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EAFF E-1 챔피언십에서 일본과 한국에 각각 0-1로 패해 대회 2패를 기록하고 있다. 북한은 16일 중국과 대회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있다. 연합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