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부족 등 국비지원 불가… 인천시 사업의지 없어 7년째 표류
유족 "작게나마 전시실 열 것"

‘세계의 나그네’로 불렸던 여행가 고 김찬삼(1926~2003) 교수의 일생이 담긴 박물관 건립 계획이 수년 째 표류 하고 있다.

인천시가 문화체육광관부에 신청한 박물관 건립 지원사업 안건이 국비지원 불가, 콘텐츠 부족 등으로 2차례 부결되면서다. 시는 재신청하지 않고 있다.

17일 시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중구 중산동 구읍배터 일대 연면적 2천600㎡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김찬삼 세계여행박물관’ 건립계획을 세웠다.

이는 외국인 관광객들과 인천국제공항 환승객 중 체류기간 투어링을 통해 김 교수의 기증품과 세계 민속품을 알리기 위한 것이다.

앞서 김 교수의 아들 김장섭씨가 지난 2004년부터 중산동에 운영해오던 ‘김찬삼 세계여행문화원’ 부지가 영종하늘도시 개발에 수용돼 철거됐다.

문화원에는 김 교수가 전세계 160개국 1천여 도시를 여행하면서 수집한 각종 사진집, 관광안내집 등 희귀한 외국서적들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문화원 부지는 김 교수가 지난 1972년 매입했다. 박물관 건립에 총 사업비는 국비 35억 원, 시비 53억 원 등 총 88억 원이다.

그러나 8년이 지난 현재까지 박물관 건립은 진척이 없는 상태다.

문체부는 2014년과 2015년 시가 낸 ‘김찬삼 세계박물관’ 건립 건을 2번 모두 부결했다.

문체부는 하늘도시 개발 조성과 관련해 시행사인 LH(한국토지개발공사)로 부터 도시기반시설에 대한 국비가 투입된 만큼 중복 지원은 불가하고, 콘텐츠도 부족하다는 이유다.

지난 2014년 인천발전연구원의 ‘김찬삼 세계여행박물관 건립 기본방향연구’에는 단순한 유품전시는 콘텐츠가 부족해 콘텐츠 확보와 창조적인 기획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게다가 고인의 유족 간 박물관 건립을 반대하는 의견과 함께 유물 기증 의사도 없다고 밝혀 더 이상 진행이 어렵다는 게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시는 중구가 개관 예정인 영종역사관 내에 김찬삼 전시실을 만들려고 했으나 구는 국비지원이 없을 경우, 참여는 어렵다고 밝혀왔다.

시는 문체부에 사업 재신청도 하지 않는 등 사업의지가 없는 상태다.

시 관계자는 “현재 박물관과 관련 사업은 정지됐다”며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장섭씨는 “사업과 관련 유족의 반대의견은 잘못된 사실”이라며 “개발에 맞물려 문화원이 없어진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작게나마 전시실을 열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 교수는 세계여행백과사전을 펴낸 배낭여행 1세대로 10세 때부터 30년간을 인천에서 살았으며 인천고등학교 지리교사, 동산학원의 이사와 이사장직을 역임했다.

이정용기자/regenbogen0@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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