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의 컷오프 발표로 지역 정가가 들썩거리고 있다.

현역의원 4명을 포함해 모두 62명의 당협위원장이 낙제점을 받았다.

홍준표 당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 대비라고 했다.

지방선거 시즌이 다가온 모양이다.

2018년 6월 13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179일 남았다.

세대 교체가 눈에 띈다.

익숙하지 않은 후보들의 이름이 많이 들린다.

벌써부터 출마 의지를 굳힌 이들의 선거 준비는 분주하다.

물론, 공천을 받기 위한 발버둥이 대부분이다.

권리당원 확보에도 꽤나 진땀을 뺀 듯 하다.

각 지역·정당별로 시·도의원 출마자들의 대진표가 큰 틀에서 잡혀가는 분위기다.

그래서인지 물 밑에서는 소리 없는 총성이 벌써부터 들린다.

같은 당, 같은 지역구 경쟁자에 대한 견제구는 특히 쌔다.

‘국회의원 가방 들다 시의원 나온다는 꼬마’ ‘시장이 키우고 있는 30대 도의원 후보’ 등 후보군들의 출마 배경에 대한 설명이 진하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도 그렇게 불리는 게 싫지 않은 듯 하다.

SNS에 그들과의 인연을 소개하기 바쁜 모양새다.

유력 정치인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려 놓고, 담담한 척 지역민들의 민심을 궁금해한다.

어설프고, 아쉽다.

구태 정치인들의 홍보 전략을 가져다 놓고 흉내내는 모양새가 안타깝기까지 하다.

장황하게 늘어놓은 정책 대안에 대한 고민은 수준 이하다.

어떤 사안을 놓고 우리 부서 막내 기자와 끝장 토론이라도 붙여 놓으면 큰 망신살 줄 수 있겠다 싶을 정도다.

광역·기초의원들 수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이는 요즘이다.

과거 시·도의원들이 ‘목소리 큰 동네 아저씨’ 같은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광 팔기 좋아하는 국회의원 주변인’들이 상당수다.

이들이 각 시·도의회에 입성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비슷한 분류끼리 뭉쳐, 카르텔을 형성하고 집단으로 실력 행사에 나선다.

이어 주변 가족과 지인들을 불러 모아 허세를 부리기 시작하고, 이를 경청하는 이들에게 힘을 보여준답시고 공공기관 브로커 역할을 자처한다.

혹자는 조례까지 뜯어고쳐 자신들의 지지 세력과 집단의 이익까지 도모한다.

이 같은 역할에 동조하지 않는 공무원들에게는 행정감사와 예산심의를 통해 보복한다.

승진을 앞두고 있는 공무원들은 알아서 긴다. 반발하던 공무원도 결국에는 타의든 자의든‘울며 겨자먹는 식’으로 굴복한다.

이 과정에서 진정성 있는 정책에 대한 고민과 문제 제기에 나서는 의원과 공무원들은 그들의 입맛에 안맞는다.

결국, 그들에게 ‘꼴통’이란 프레임이 씌여지고 외골수 취급한다.

안그런 의원들도 간혹 있겠으나, 기자들이 매일 부딪히는 지방 의원 대부분의 불편한 진실이다.

그런데도, 왜 이들에 대한 컷오프는 진행되지 않는가.

이에 대한 해답은 각 지역별 당협위원장들에게 있다.

공천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누가 지역민들을 위해 뛰어다닐 후보인지에 대한 고민은 사실 많지 않다.

대신, 누가 나를 위해 지역민들의 표심을 움직여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먼저다.

너무 잘하거나, 똑똑해서도 안된다. 내 자리를 위협할 수 있는 범 새끼라고 생각할 수 있어서다.

이 모든 것들을 고려해서 고르고 고르다보면, 또 그놈에서 그놈이 된다.

지방자치와 분권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는 대목이다.

지방 의원들의 수준은 아쉬운데, 이들에게 권한만 확대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 일 뿐이다.

점차적으로는 각 지역에서 제도권에 들어온 자와 들어오지 못한 자의 격차는 더욱 더 벌어질 것이다.

최근 경기지역 지방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들이 ‘실질적인 지방 자치와 분권’에 대한 필요성을 이야기하며 여러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필요성은 공감한다. 그렇지만 그들이 꼭 알았으면 한다.

당신 주변 사람들 때문에 지방자치와 분권이 두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최근 북한 귀순 병사를 치료한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가 ‘피눈물이 난다’고 이야기 한 바 있다.

권역외상센터 개선을 위한 예산이 증액되면서 일명 ‘이국종 예산’이라고 이름이 붙여졌는데, 그 예산이 중간 여기저기서 빼먹다보니 실질적인 개선까지 반영이 안된다고 호소한 일이었다.

이대로라면, 지방자치와 분권도 남일이 아니다.

시민들 피눈물나게 하지 말고, 집안 단속부터 잘하자.


천의현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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