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또는 우리 선조들이 과거에 어떤 잘못과 범죄를 저질렀는지에 대한 분명한 인식과 함께, 미래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더욱 분명하게 깨달아야 합니다. 나는 바랍니다. 우리 사회가 무엇보다 자유에 대한 사랑으로 발전하기를, 그리고 성숙한 자유란 책임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독일의 요아힘 가우크(2012.3~2017.3 제11대 대통령)의 연설문이다. 그는 동독 출신의 목사이자 인권운동가로서 통일 전 동독의 민주화 운동을 이끌어 비밀경찰에게 감시와 박해를 받으면서도 베를린 장벽을 붕괴시키는데 이바지하여 ‘독일의 넬슨 만델라’로 불렸던 인물이다.

요아힘 가우크는 연설문을 통해 ‘자유에 대한 사랑’ 과 함께 성숙한 자유는 책임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는데, 이는 참으로 당연하고 합당한 말이다. 자유와 책임은 결코 분리될 수 없다. 자기 기분대로, 편한 대로만 사는 것은 자유가 아니다. 자신의 자유로운 행동에는 무한한 책임이 따르며 진정한 자유인은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사람이라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생활 속에서 ‘책임 있는 자유’. 곧, 이웃의 유익과 편의를 위해서 사용하는 자유가 옳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다. 어린 아이와 식당에 가면 다른 손님들을 위해 아이의 무례할 수 있는 행동을 최대한 통제시키는 것, 또는 인터넷 상에서 타인에 대한 비방, 일명 악플에 대한 수위를 조절하는 것 등은 나의 자유가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상식과 책임의 행동이다.

이처럼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자유지만 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그 나라의 국격과 민족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다양한 사회문제를 내제하고 있고 때로는 세계 각국의 질타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명실 공히 선진강국으로 인정받는 것은 미국의 ‘경제력’이 아니라 미국 국민의 몸에 배어 있는 젠틀함과 선진의식. 즉, 자유를 대하는 책임 있는 태도에 있다고 생각한다.

선진강국, 이름하여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은 비판을 잘하는 국민이 아니라 책임 있는 자유를 가지고 국가의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국민이다.

대한민국은 단시간에 급격히 이루어진 경제성장과 민주주의의 길목에서 여러 가지 시행착오와 아픔을 겪고 있다. 이를테면 국민 행복지수는 OECD 가입국 중 최하위권인데 자살율과 노동시간은 1,2위를 다툰다거나 여성·아동·장애인과 같이 취약한 대상에 대한 폭력이 여전히 쉽고 은폐되기 쉬운 구조에 놓여있다는 것 등이다.

따라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본인에게 주어진 자유를 성숙하게 누리는 것에 취약하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문화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교육제도’는 여전히 주입식에다 옆 친구를 짓밟아야 본인에게 유리한 경쟁구도이다. 주변과 타협하거나 이해할 줄 모르고 개인의 자유와 이익만 쫓는 교육제도의 허점을 개선하기 위해 창조인재·혁신학교·대안학교 라는 것이 만들어진지도 십 수 년이지만 별로 변한 것이 없다.

“형제들아, 너희가 자유를 위하여 부르심을 입었으나, 그 자유로 육체의 기회로 삼지 말고 오직 사랑으로 서로 종노릇 하라” (갈라디아서 5:13)

정치적, 사회적으로 다사다난했던 2017년을 마무리하며, 나의 육체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자유를 남용하지 말고 사랑으로 이웃을 섬기라는 이 성경말씀은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필자는 여기에 ‘자유는 책임지는 자의 몫이다’라는 말을 덧붙이고 싶다.

- 책임지지 않는 자유는 자유가 아님을, 내 이웃을 배려하고 공익을 추구하는 성숙한 자세로 말미암아 진정한 자유가 가능함을- 일반 국민들은 물론이고 국민의 권한을 위임받은 정치인, 공직자들과 높은 지위에 있어 많은 이들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들이 이를 가슴깊이 새기어 말과 행동에 부족함이 없기를 소망한다.

조성철 한국사회복지공제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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