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가 저물어간다. 국민이 이겼다고 민주주의가 이겼다고 회자될 2017년은 한층 성숙한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비선실세 의혹, 대기업 뇌물 의혹 등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10일 헌법재판소 재판관 전원일치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됐다. 대한민국이 새로 태어나는 역사적인 날로 후세에 기록될 이 사건은 각종 설문조사에서 국민들이 뽑은 올해의 가장 큰 이슈였다.

많은 정치인들이 국민 기망에 대한 대가를 보고 놀랐을 것이다. 더 이상 민중은 생각 없는 개돼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높아지는 국민의식, 성숙하는 민주주의를 의식하지 못한채 구태 정치를 이어가는 지역의 정치인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국민성은 선진을 향해서 발전해 가는데 정치인들은 후진을 탈피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경기도내 31개 시·군에 있는 민의의 전당인 시·군의회는 작게든 크게망 잡음이 인다. 과거 종결형이든 현재 진행형이든 밥그릇 싸움이 치열하다. 정말 볼썽사납다. 작은 의회 안에서 몇 명 되지 않는 여야 의원들이 싸움박질 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유권자들은 정말 어이가 없다. 누구말대로 ‘내가 이런 꼴을 보려고 투표를 했나’ 싶을 정도다.

의장 자리싸움으로 정쟁을 거듭해온 광명시의회는 올해 열린 마지막 정례회도 결국 반쪽짜리로 막을 내렸다. 자유한국당 의장단에 대한 불신임이 이루어지고, 불신임 당한 의장단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해 다시 의장단으로 복귀를 하고, 복귀한 의장단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의원들이 윤리위를 소집해 의회 출석정지 징계를 의결하고, 의장단 출석정지가 풀리기 하루 전으로 본회의를 앞당겨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전원 불참한 가운데 임시의장을 선출하는 등 일련의 작태를 보인 광명시의회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급기야 보다 못한 광명지역 시민단체들은 각 정당 중앙당에 시의원들에 대한 일벌백계를 요구하며 책임을 묻기 위해 나섰다. 후반기 협치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던 제7대 광명시의회는 협치는 커녕 불협화음의 극치를 보이며 파행으로 한해를 마무리했다.

시흥시의회에서도 시민들이 나서 시의회 정상화를 촉구하고 갈등을 풀기 위한 토론회를 주최하는 등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시의회에 대해 유권자들이 경종을 울렸다. 시의장이 사상 초유, 두 번의 불신임으로 쫓겨났다 법원의 판결로 제자리를 찾으면서 파행으로 치닫던 여야 정파 갈등은 의회 정상화까지 먼 길을 돌아가게 했다. 국·도비까지 포함된 추경 예산안이 삭감되면서 사업의 신뢰성까지 떨어지는 기막힌 일이 벌어지자 시민사회는 시민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할망정 막대한 피해를 주는 비정상적인 의회를 규탄했다.

안산시의회 또한 후반기 의장단을 구성하면서 교섭단체간 이견으로 갈등이 시작돼 1년 넘도록 파열음을 이어갔다. 상임위원장 선출을 하지 못해 추가경정 예산안과 안건 심사 등에 차질을 빚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올초에는 상임위원회 수를 한자리 늘리는 개편안을 담은 조례안을 통과시켰다가 교섭단체간 이견으로 협의가 이뤄지지 않자 상임위 수를 기존대로 되돌리는 조례안을 통과시켜 ‘없던 일’로 만들어 버리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일선 기초의회의 이같은 흙탕물 싸움은 시민들을 한숨짓게 만든다. 민의를 대변하고 민생을 챙겨야 할 기초의회가 복마전을 벌이고 있으니 시민들은 허탈하다. 선거철 겸손한 머슴이 되어 시민들을 섬기겠다고 머리를 조아리던 지역 정치인들의 모습은 어디가고 당리당략에 몰두하며 의원 본연의 의무를 저버리는 저들의 행태를 유권자들은 더 이상 봐주지 않을 것이다.

내년에는 6·13지방선거가 있다. 선거가 6개월 코앞으로 다가왔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여야는 연초부터 지방선거를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한다. 투표하는 시민들의 의식이 높아졌다는 사실을 정치권은 명심해야 한다. 시민을 볼모로 힘겨루기를 하는 기초의회를 향한 엄정한 심판이 이루어질 것이다. 국민 기망의 대가가 대통령 탄핵이라는 결과로 이어진 것을 우리 모두 지켜봤다. 더 이상 ‘아무말대잔치’는 통하지 않는다. 작은 의회 안에서 여야 정쟁으로 누워서 침 뱉는 그들이 벌이는 씁쓸한 코미디를 이제 그만보고 싶다.


박현정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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