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민의 경기 모습.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한상민(38·국민체육진흥공단·경기도장애인스키협회)은 한국 알파인 좌식스키의 상징적 존재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서 그가 획득한 은메달은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통틀어 한국 선수가 설상 종목에서 따낸 유일한 메달이다. 한상민은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가슴이 벅차다”고 했다. 그는 70여일 앞으로 다가온 평창패럴림픽에서 16년 만에 두 번째 메달에 도전한다. 지난 두 차례 패럴림픽에서 목표 달성에 실패한 아쉬움도 이번 기회에 말끔히 씻어내겠다는 각오다.

▲ 한상민이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패럴림픽에서 은메달을 따고 기뻐하는 모습.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한상민은 2015년부터 패럴림픽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등에서 한 달 넘게 전지훈련을 소화했다. 새벽 5시30분에 일어나 실전연습과 지상훈련을 반복하는 강행군이 이어졌다. 휴식시간에 잠을 안자면 버티기 힘들 만큼 강도가 셌다고 한다. 다음 달에는 각종 대회 참가와 훈련을 병행하는 더 힘든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한상민은 “요즘 들어 패럴림픽이 임박했다는 걸 조금씩 실감하고 있다”며 웃음 지었다.

스키를 접한 건 고교 1학년 때다. 체육교사의 권유로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대한장애인체육회 전신)가 주최한 스키캠프에 참가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스키는 생후 1년 만에 소아마비로 하반신이 마비된 한상민이 처음으로 빠져든 운동이다. 한상민은 “장애인스포츠 저변이 지금보다 취약할 때라 운동할 기회가 적었지만, 딱히 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스키는 달랐다”고 말했다.

솔트레이크시티 동계패럴림픽 대회전 은메달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성과였다. 이전까지 국제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상민은 “출전 자체에 의미를 뒀는데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며 “주변 사람들이 다 울었다. 선수 생활 20년 중 최고의 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깜짝 메달’ 이후 출전한 2번의 패럴림픽에서는 아쉬움을 삼켰다.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는 결승선 앞에서 넘어졌고, 메달이 유력시되던 2010년 밴쿠버 대회 땐 날씨 탓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는 “훈련량이 부족했고, 어깨부상도 영향을 줬다”고 했다. 밴쿠버 대회를 앞두고 어깨를 다쳐 지금까지 3차례 수술을 받았다. 그럼에도 한상민은 “굉장히 정교한 운동이다. 20년 째 타고 있지만 지금도 잘 모르겠다. 계속 알아가는 재미가 상당하다”며 좌식스키 예찬론을 폈다.
▲ 한상민이 인터뷰를 마치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장환순기자

한상민은 다음 달 2일 다시 비행기에 오른다.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 스위스, 프랑스, 캐나다 등에서 열리는 각종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다. 강도 높은 훈련도 소화한다. 한상민은 “코칭스태프도 많아졌고, 훈련 여건도 좋아졌다”며 “한국에서 열리는 첫 패럴림픽인 만큼 반드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장환순기자/janghs@joongboo.com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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