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중력

해와 달이
흑백의 시간에 갇히면
동력을 잃은 시곗바늘
수직의 벽에서 숨을 몰아쉰다

푸르게 베어낸 기억의 조각들
외침이 될 수 없었던 몸짓들
중력을 잃은 바람 안고
허공에서 흩어진다

출렁이는 거미줄
살아 있었던가
제 깃털을 뽑는 독수리처럼
한 번이라도 처절했던가
꿈을 꾸어야 희망이라던
청춘의 유언이 송곳으로 박히고
꽃이 되지 못한 동백 입술을 깨문다

흰 까마귀
핏빛 어둠을 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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