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가 6개월도 채 남지 않으면서 인천시장에 도전하려는 각 정당 후보들이 폭넓은 행보에 나서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정권 교체 이후 치러지는 첫 선거라는 점에서 어떤 성적을 내느냐에 따라 다음 총선에 영향을 미치며, 다음 대선의 당락도 좌우할 수 있다.

특히 인천은 7개 특별시·광역시·도 가운데 최근 3년간 가장 높은 인구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선거에서 전략적 요충지다.

또 각종 선거에서 전국 선거의 척도를 가늠하는 바로미터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처음으로 인구 300만명을 돌파했으며, 지역내총생산(GRDP) 역시 특별시·광역시·도 가운데 최고일 정도로 높은 생산성을 자랑한다.

이 같은 이유로 유권자인 인천시민들의 관심도 굉장히 높다.

각 정당에서는 자치단체 장과 지역의원들을 최대한 배출하기 위해 경쟁력 있는 후보 선정에 고심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양당 체제로 진행되던 지난 2014년 지방선거의 틀을 깨고 다당 구도로 치러지는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천타천으로 인천시장 선거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만 8명이고, 2018년 무술년(戊戌年)을 맞이해 시장 선거 도전 의사를 밝히는 후보들이 속속들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자유한국당은 유정복 인천시장이 경선 없이 단독 출마하는 것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지난해 11월 “인천 유정복 시장은 경선 안 한다”며 “인천지역에서 유 시장에 대한 여론이 좋아 경선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시장은 인천 출신이면서 최연소 군수와 구청장, 3선 국회의원,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안전행정부 장관 등을 역임한 ‘행정의 달인’이다.

우리나라 인물 중 단 4명만이 가지고 있는 장관, 시·도지사, 국회의원 등 이른바 ‘트리플 크라운(Triple Crown)’을 달성했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유 시장은 대학 재학 중이던 22세 때 행정고시에 합격했으며, 1994년 최연소로 인천 서구청장에, 1998년에는 민선 김포시장에 당선됐다.

이어 2004년부터 국회의원에 3번이나 잇따라 당선됐으며 박근혜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인 2005년에는 비서실장에 발탁됐다.

2년 만에 2조 원의 부채를 감축하는 등 인천의 재정건전화에 기여한 점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

유 시장은 “사심 없이 시장으로서 역할을 묵묵히 해왔기 때문에 중앙당과 정치권에서 알아주는 것 같다”며 “인천과 시민들이 저를 필요로 한다면 모든 걸 던져서 해내고 희생할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시장 교체를 노리는 여당 더불어민주당은 4명이 후보군으로 분류되면서 치열한 경선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역대 인천시장 당선자를 살펴보면, 송영길 전 시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보수 정당에서 시장 자리를 거머쥐었다는 점에서 민주당이 다시 탈환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대선을 승리로 이끌며 대세 정당으로 자리잡은 민주당은 ‘친문계’로 분류되는 박남춘 국회의원(인천시당위원장)과 김교흥 국회 사무총장, 민주당 민생상황실 실장을 맡고 있는 윤관석 국회의원, 홍미영 부평구청장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후보는 홍미영 부평구청장이다.

홍 구청장은 지난달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시 예산을 시장의 치적이 아니라 시민들의 삶을 바꾸는데 온전히 투자하겠다”며 “인천을 인천답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인천 최초의 재선 여성구청장인 홍 구청장은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인천에서 빈민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다.

달동네 공부방과 시민운동을 시작으로 지난 1991년 지방선거에서 인천시 북구의회 구의원이 됐으며 시의원, 국회의원(17대 비례대표)을 거쳐 노무현재단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박남춘 의원은 인천시장 출마에 대해 아직 명시적 입장을 나타내지 않고 있지만 출마가 유력하다.

제물포고와 고려대학교를 졸업한 박 의원은 해양수산부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시절 인사수석을 거쳤다.

국회에서는 행정안전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해 7월부터는 민주당 최고위원까지 겸직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지역 밀착형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친문계’라는 타이틀이 장점이다.

최근 인천로봇랜드 진흥소 개소식, 극지연구소 포럼, 무역의날 행사, 대학생위원회 워크숍 등 다양한 행사에 참석하면서 시민들과의 접점을 높이고 있다.

인천시 정무부시장과 국회의원을 지낸 김교흥 국회 사무총장도 일찌감치 세력을 끌어모으며 인천시장 출마를 예고하고 있다.

김 사무총장은 사실상 캠프 수준의 조직을 꾸리면서 유력 인사들 영입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 송영길 의원과 각별한 친분이 있는 김 사무총장은 경기도 여주 출신으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제17대 인천 서구·강화갑 국회의원(당시 열린우리당)을 지냈으며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유치특위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총회 국회방문단장, 인천시 정무부시장 등을 역임했다.

김 사무총장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근소한 표 차이로 패배한 아쉬움을 이번 지방선거에서 풀겠다는 각오다.

윤관석 의원은 민주당 수석대변인을 맡았으며,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는 민생상황실장을 맡는 등 당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여당 간사를 하는 등 숨은 대세로 꼽히고 있다.

한양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윤 의원은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송영길 전 시장 곁에서 대변인을 지냈다.

대통합민주신당, 통합민주당, 민주당, 더불어민주당으로 이어지는 민주당 계보를 함께 걸어왔다.

윤 의원은 대학졸업 후 1985년부터 인천 주안공단과 부평공단, 남동공단 등에서 일하며 노동운동에도 매진했다.

국민의당에선 문병호 전 의원이 안철수 당 대표의 지원 속에 내년 인천시장 선거에 출마할 예정이다.

문 전 의원은 안철수 당 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2015년 12월 가장 먼저 추가 탈당을 선언했다.

이후 안 대표의 비서실장 출신이자, 새정치민주연합과의 분당 국면에선 사실상 안 대표의 대변인격으로 활동해왔다.

지난 4·13 총선 당시에는 국민의당 후보로 인천 부평갑에서 3선에 도전했지만 불과 26표차로 낙선했다.

다만,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로 내홍을 겪고 있는 당 내 상황이 어느 정도 진정되면 공식 출마선언을 한 뒤 선거에 나설 전망이다.

바른정당은 이학재 의원(인천시당위원장)이 시장 후보로 점쳐지고 있지만,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지켜봐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의원은 서구 구청장을 비롯해 제 18·19·20대 국회의원을 지내는 등 3선 의원이다.

정의당에서는 김응호 부평구위원장이 시장 선거 출마를 준비 중이다.

다음달 13일 예비후보 등록을 한 후 선거 출마와 관련된 입장을 밝히며, 공식 출마선언을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송길호기자/sgh@joongboo.com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