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13일 치러지는 인천시교육감 선거의 키워드는 '청렴'이다.

첫번째 직선 교육감인 나근형 전 교육감에 이어 지난해 이청연 전 교육감까지 뇌물수수로 실형을 확정받았기 때문이다.

인천 교육은 연달아 수장이 비리에 연루된 불명예를 얻었다.

번갈아 교육감을 배출한 진보와 보수 교육계도 덩달아 불신의 대상이 됐다.

그럼에도 양 진영 교육계는 후보 단일화를 위한 작업에 나서는 등 선거 승리를 위한 잰걸음에 나서고 있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이 참여하지 않고, 후보들의 인지도도 낮아 후보 단일화를 통해 각 진영 지지층을 결집하는 것이 '필승 공식'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지난 선거에서도 3명의 후보가 난립한 보수진영에 맞서 후보 단일화에 성공한 진보진영에서 교육감을 배출했다.

이 때문에 진보와 보수 양 진영 모두 지난해 단일화 경선을 위한 추진기구를 결성했고, 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군의 윤곽도 드러나고 있다.

현재 출마 의사를 밝힌 인사는 8명이며, 앞으로 진행될 진영 별 단일화 경선을 통해 후보군이 추려질 전망이다.

진보진영에서는 전교조 출신인 도성훈(58) 동암중 교장과 임병구(54) 인천예고 교사, 송영길 시장 시절 인천발전연구원장을 지낸 이갑영(64) 인천대 교수, 비 전교조 출신의 김종욱(56) 명신여고 교사가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도성훈 동암중 교장은 진보 교육정책의 상징인 혁신학교를 현장에서 운영한 경력을 자랑한다.

인천형 혁신학교로 선정된 동암중은 민주적인 학교 문화, 지역사회 공동체와 함께하는 교육사업 및 봉사활동 등을 통해 진보 교육계의 호응을 얻고 있다.

전교조 지부장 시절에는 학교 급식 조례 제정 운동에 앞장서는 등 시민사회와 소통 능력도 갖췄다.

한 평생 교직에 종사하면서 학교 교육 혁신의 전문성과 대 시민 소통 경험을 앞세워 교육감직에 도전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임병구 인천예고 교사는 지난달까지 시교육청의 교육 정책 수립과 예산 조율을 담당하던 정책기획조정관이었다.

누구보다 진보 교육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연속성 있는 교육 행정을 위한 적임자임을 자부하고 있다.

시교육청의 각종 사업을 진행하며 인천시와 10개 군·구, 시의회와 협력을 진행했던 경험도 있다.

굵직한 교육 사업들은 자치단체의 행정·재정적 협력이 필수적인데, 임 교사는 폭 넓은 협치 행정 경험을 통한 정책 실현 능력을 강조하고 있다.

도 교장과 임 교사는 모두 지난 선거에서 진보 교육감 후보 단일화 경선에 참여했다.

4년 전 경험을 자양분삼아 이번 선거만큼은 진보 대표 선수로 본선에 진출한다는 각오다.

이갑영 인천대 교수는 진보 경제학자로 30여 년 동안 갈고 닦은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교육과 학교의 혁신을 이루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학자로서의 전문성에 더해 인천대 부총장과 인천발전연구원장을 역임하며 쌓은 행정 경험도 있다.

최근에는 강단 밖에서 시민사회단체와의 접촉을 늘리면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이 교수는 주요 공약으로 교육 정책 수립을 위해 민·관·학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을 구상 중에 있다.

김종욱 명신여고 교사는 스스로를 합리적인 진보주의자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진보 교육 단체인 전교조 출신은 아니지만 취약 계층을 위한 봉사활동과 환경운동, 교사로서 나눔과 행복이 있는 학교를 위해 노력해왔다는 점을 들며 '진보' 교육감 후보라고 자부한다.

교육 행정 경험은 없지만 평생 학교 현장에서 교사로서 학생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오래 본 경험을 강조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고전 독서의 강력한 실시, 기업형 대안학교, 시교육청의 루원시티 이전 등 보수·진보의 경계를 허무는 차별화된 공약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이청연 전 교육감 뇌물수수 사건이라는 악재를 겪었던 진보진영은 후보 단일화를 반드시 성사시켜 '제2기 진보 교육감 시대'를 열겠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진보진영의 후보 단일화는 지난 선거에서 성공한 경험과 '단일화 없이는 필패'라는 후보들의 의식이 강해 성사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단일화에 성공하면 혁신학교, 무상급식 등 성공한 진보 교육 정책을 내세워 '이청연 악재'를 극복하고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 연말 진보 후보 단일화를 위한 '촛불교육감 추진위원회'가 출범했고, 교육감 선거에 도전장을 낸 진보성향 인사 전부 경선에 참여하기로 하는 등 단일화 작업도 순항하고 있다.

보수진영에서는 경인교대 총장을 지낸 이재희(63) 교수, 시의회 교육위원장 출신의 김영태(71) 서운일반산업단지개발 대표, 나근형 교육감 시절 시교육청 기획관리국장을 지낸 고승의(67) 덕신장학회 이사장, 인천교총 회장 출신의 윤석진(66) 인천시자원봉사센터 이사장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이재희 교수는 중·고등학교 교사 경력 6년과 20여년간 경인교대에서 초등학교 교사 양성에 매진하는 등 교육 전과정에 대한 전문성을 갖췄다고 자신하는 후보다.

올해 초까지 경인교대 총장을 지내면서 갖춘 대학 경영 경험과 인천인성교육 범국민실천연합 공동대표를 역임하는 등 다방면에 쌓은 경력을 앞세워 교육감직에 도전한다.

이 교수는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된 청소년들의 일탈 문제에 대한 처방으로 학교 내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공약을 준비하고 있다.

또 교사를 폭행하는 학부모나 학생에 대한 특별 재제 등의 교권 확보 방안과 교사의 폭력 및 성범죄에 대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실시하는 공약도 마련할 예정이다.

김영태 대표는 시의원을 거쳐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경험이 있어 현재 거론되는 교육감 후보군 중 유일한 공직 선거 경험자다.

교육감 직선제 도입 이후 정치 경험 없는 후보들이 낮은 인지도 문제나 선거자금 조달, 선거운동 과정 등에서 헤매는 경우가 많았는데, 김 대표의 공직 선거 경험은 큰 장점이다.

교사, 시교육청 장학관, 교장, 시의회 교육위원장으로 이어지는 이력도 교육 현장에서부터 행정과 자치입법까지 두루 경험했음을 보여준다.

진보와 보수 구도로 흘러가는 교육감 선거에서 비교적 중도에 가까운 입장은 양날의 검으로 평가된다.

고승의 이사장은 오랜 교육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감직에 도전장을 냈다.

교육계에서는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방송통신대에서 학사 학위를 받은 후 시교육청 고위관료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로 통한다.

지난 2014년 덕신고 교장을 끝으로 교육계를 떠났지만, 지난해 초부터 '시교육청 전 기획관리국장'을 새긴 명함을 주위에 돌리는 등 일찌감치 교육감 선거를 준비해왔다.

덕신장학회 이사장이 된 이후에는 장학 기금 확보를 위해 기업인, 학부모, 일반시민 등을 폭넓게 만나며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윤석진 이사장은 재선 인천교총 회장 출신이다.

교원단체 중 가장 규모가 큰 교총에서 장기간 회장을 맡은 덕분에 교육계에서 높은 인지도가 강점이다.

영상물등급위원회 부위원장, 인천시체육회 상임이사, 인천사랑운동 시민협의회 이사 등 교육계 밖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보수진영은 출마의사를 밝힌 4명의 인사 중 단일화에는 고승의 이사장과 윤석진 이사장만 참여하고, 나머지 2명은 독자 출마를 결심하는 등 분열된 상태로 선거를 치를 가능성이 높다.

당초 보수 교육계 인사들은 후보 분열로 패한 지난 선거를 교훈삼아 진보진영보다 앞서 '바른 교육감 후보 단일화 추진단'을 출범시켰지만, 후보자 이탈이 발생하는 등 순탄치 않은 과정을 거쳤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보수 인사들이 공유하는 공통의 '보수 교육 정책'이 없고, 구심점이 돼 단일화 추진기구를 이끌어갈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허좋은기자/hgood@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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