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뉴페이스(New face)의 시대다. 국가마다 상대적으로 너그러웠던 인물들은 이미 잊혀졌다. 그리고 강한 새인물만이 자국민들을 열광시키며 뉴페이스 시대를 만들고 있다. 새로운 인물은 늘 신선하다. 철자가 주는 NEW가 새로움을 의미해서가 아니라 인물이 새롭다는 것만으로 합성어인 뉴페이스는 그래서 희망적으로 보인다. 6월의 지방선거로 매체마다 설문지 결과를 쏟아 붓고 있다. 누구를 찍을 것인가. 어떤 정당을 선호하는가. 또 개헌은 어떤 절차와 방식들을 좋아하는지 까지 시시콜콜 캐묻고 있다. 그 결과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기초야 그렇다 치고 지금의 광역단체장이 이번 지방선거에 다시 나오면 안 찍겠다는 사람이 더 많았다. 그것도 압도적이다. 한 매체의 결과로는 그냥 옛사람을 찍겠다는 쪽이 29.6 퍼센트에 그친 것이다. 당연히 새인물들이 반색하고 있다.

짐작하다시피 이번 6월 지방선거의 성격은 특이하다. 문재인 정부 중간 평가란 의견이 절반이 넘어서고 있다. 왜 지방정부 선거가 정권 중간 평가로 이어지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인물에 대한 국민들의 새로운 인식에서다. 얘기야 어떻게 흘러가든 지금 보수는 할 말도 그리고 하고 싶은 말도 별로 없어 보인다. 보수라 지칭하는 한국당은 매일 벌어지는 개그콘서트 같은 일들로 부산하기만 하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통합하는 날이면 단박에 밀릴 것이라는 통계마저 그들의 뒤통수를 때리고 있다. 어쩔 것인가. 하지만 보수는 그간 정돈된 인물로 태평성대를 누려왔다. 진보세력으로부터 부단한 견제를 받고 나름 몸이 휘청할 정도의 도전을 받아 오기도 했지만 경제나 안보의 굳건한 안정으로 선전해 왔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것이 달라졌다.

보수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성격의 부패한 사람들 몇 명이 상대진영의 새인물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리고 이하 진보의 인물 몇 정도로 그간 상상할 수도 없고 감히 인정하기도 어려운 그래서 이 모든 것을 순순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우리는 매일 목격하고 있다. 어쩌다 보수의 인물이 한순간에 증발이라도 한 것이란 말인가. 오랜시간 보수가 누려온 시간의 정돈되고 나름 논리정연하며 심지어 강단 있어 보이고 똑똑해 해외유학파들은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아니면 땅속으로 스며들었는가. 따지고 보면 진작부터 새인물을 못 키워온 죄 크다. 늘 주류였던 보수가 비주류로 돌아서 흘리는 눈물은 악어의 눈물보다 못하게 국민들은 기억조차 못하고 있다. 언제 저런 일들이 생겨 갑자기 이지경이 됐단 말인가. 회한 섞인 푸념정도로 넘어갈 얘기들이다.

그래서인지 지금 보수는 새인물에 목마르다. 하지만 곧 내놓겠다던 새인물들은 잠깐의 시간이 흐른뒤, 알고 보면 그 밥의 그 나물이다. 나와 봤댔자 손사례를 치고 다시 숨어든다. “내가 언제 나오겠다고 했는가. 괜한 사람 건들지 마라” 는 식이다. 당장의 복수가 무섭고 남은자리 보전하고 길지 않은 인생이라도 숨죽여, 엎드려 나쁘지 않게 살아 보겠다는 계산이다. 언론부터 기업, 그리고 간단한 기관에 이르기까지 차례차례 접수되고 있는 광경을 두 눈뜨고 지켜보면서도 별 도리가 없는 보수다. 열불 나고 속상하며 복장 터진다는 얘기만 데굴데굴 굴러다닌다. 잘 먹고 잘 살아온 업보로 여기면 마음이나 편하다. 하지만 인권마저 국가 것으로 귀속시켜온 보수의 억장이 무너져도 당분간 이러한 분위기는 오래 갈 듯 보인다.

물론 진보진영 역시 새인물에 애타는 심정은 마찬가지로 보인다. 모든 정부 라인업에 간신히 성공했다지만 그간의 과정을 돌아보면 결코 순탄치 만도 않았다. 앉혀놓고 검증해 보면 영 아니고 다시 앉혀놔 링에 밀어놓으면 맵집이 모자라 몇 대 맞고 나자빠졌다. 진작에 덩치 괜찮은 새인물 은행이라도 만들어 놨어야 했지만 정권 세우기에만 골몰한 나머지 새인물 발탁하기가 만만치 않았던 결과다. 결론적으로 보수나 진보 공히 새인물 세우기란 그 만큼 어렵다는 평범한 진리에 있다. 소설 제목 같은 영원한 제국이 이렇게 빨리 휘말릴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물론 낌새를 챈사람은 소수 있었겠지만 지금의 결과를 광속으로 만들어 갈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한번 빼앗긴 것들을 다시 찾아올 확률은 희박하다. 그 이상의 노력과 정성이 담겨야 하는 까닭이다. 적당히 어물쩡 그리고 어쩌다 만들어지는 정권은 없다는 것을 촛불정국에서 똑똑히 봤지 않은가.

진정 보수,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한 죄 크다. 더구나 안에서 진보하지 못하고 안주한 죄 더욱 크다. 따지고 보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배경에는 보수에 그와 견줄만한 새인물이 없어서다. 선거때 마다 보수는 무너져갔고 새인물난 역시 심화되어 왔다. 끓임 없이 새인물을 세우고 싶어 하는 한국당은 그 때가 되면 유권자들이 돌아올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기껏 거론되고 있는 보수의 새인물들은 사실상 있어왔던 헌인물인 탓이다. 이제야 결심만 서서 한국당에 통보를 했을 뿐이다. 명분부터 매력도 없어 더하다. 시간은 다가오고 있다. 그래서 새인물은 어느 진영이고 목적에 부합한 사람이어야 한다. 지지자들에게 욕먹기 싫고 바닥에 깔고 시작하면 그 무엇도 얻지 못한다.

우리 정치의 기상도가 분명 바뀌고 있다. 보수 우위 시대에서 당분간 진보의 깃발을 단 진영으로 세가 옮겨 갈 것이다. 지방선거에 여러 시나리오가 있지만 그것 역시 호사가들의 밥벌이에 불과하다. 한치 앞을 모르는 증권시장과 같은 정치다. 단지 분명한 것은 현재에 젖어있는 헌인물보다 초심을 일초라도 빨리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새인물에 목말라하는 유권자들의 시대정신이다.

문기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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