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에서 나온 구석기시대 유물. [겨레문화유산연구원]
경기도 고양시 서울∼문산 고속도로 행신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구석기시대 유물 수천 점이 무더기로 나오면서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겨레문화유산연구원(원장 김기태)은 경기도 고양시 도내동 787번지 일대의 2천200㎡에서 발굴조사를 진행해 4만∼6만 년 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석기 8천여 점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연구원 관계자는 "겨울이어서 발굴조사를 중단한 상태"라며 "조사는 3월에 재개해 2∼3개월 정도 더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물의 정확한 숫자는 발굴조사가 끝나야 파악할 수 있다"며 "유물이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고양에서는 원흥동 외에도 일산 대화동 일대의 가와지 유적, 덕이동, 탄현동, 삼송동에서 구석기시대 유물이 출토됐다.

가와지 유적에서는 중기 구석기시대 석기 500여 점이 발견됐고, 삼송택지개발지구에서도 석기 160여 점이 발견됐으나 이렇게 많은 유물이 나온 적은 없다.

▲ 고양 도내동 발굴현장 전경. [겨레문화유산연구원 제공]
발굴현장을 둘러본 학계 관계자는 "좁은 지역에 구석기시대 유물이 밀집해 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며 "구석기시대 중기에서 후기로 넘어가는 변화 과정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유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발굴 지역의 경사가 심해서 석기가 흘려 내려왔을 수 있다"며 "유물들의 위치가 제자리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구석기시대는 돌을 다듬는 방식에 따라 전기, 중기, 후기로 나뉜다. 전기 구석기시대에는 커다란 석기를 통째로 썼으나, 중기 구석기시대가 되면 돌덩이에서 떼어낸 돌조각(격지)을 활용했다. 후기 구석기시대에는 좁고 날이 날카로운 석인(石刃)이 사용됐다.

박희현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는 석기가 다량으로 나온 이유에 대해 "당시에 강이 범람하면서 밀려왔을 수 있다"면서도 "발굴 지역 주변에 석기의 주된 돌감인 석영맥암이 있는데, 일정한 기간에 걸쳐 집중적으로 석기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박 교수는 "발굴조사 기간을 연장하고 추가 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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