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동설한 동짓달이다.

동장군의 서릿발 같은 기세로 강물이 꽁꽁 얼었다. 아주 두껍게 얼었다.

소금강 계곡도 얼었다. 강원도의 호수나 강. 실개천이나 계곡물이 다 얼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겨울이 겨울의 값을 못 한다고 다들 염려하고 걱정하였다.

그래도 아직은 겨울이 살아 있어 하고 보란듯이 맹추위를 떨치며 기세를 부린다. 겨울의 체면을 지키고 있는게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소금강 구룡폭포까지 산행을 자주 한다.

겨울 산행은 조용해서 좋다.

어떤 날은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한사람도 안 만나는 날도 더러 있었다. 소금강 전체를 나혼자 보고 느끼고 누린다는 생각에 세상 부러울게 없었다. 간혹 보이고 움직이고 들리는 것은 산새들이나 산까치 울음 소리 뿐이다. 그리고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에 솔가지를 스치는 솔바람 소리다.

봄부터 가을까지 산행을 하면서 저 아래 십자소를 보면서 꼭 한번은 내려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한여름에 수영을 해서라도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여름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 몇번이나 시도를 하려다 못했다.

그런데 요 몇일 강추위로 소금강 계곡물이 꽁꽁 얼었다. 어림짐작으로 한자나 되는듯했다.

산행 시작부터 계곡으로 내려가 얼음위를 조심조심 걸어서 구룡폭포까지 갔다.

겨울 가뭄으로 얼음이 물위에 떠있는 곳이 몇군데 있어 얼음이 깨져 꺼질것 같아 위험하기도 했다. 낙엽이 날아와 켜켜이 쌓여 언곳도 위험하다. 지난 연말 억수로 추운날 아침 혼자 얼음위를 걷다가 낙엽이 수북히 쌓이는 곳을 밟아 얼음물에 풍덩 빠진적도 있었다. 낙엽의 보온 기능을 여실히 인정하게 되었다. 등산화에 차가운 얼음물이 한가득이었다. 자칫 잘못 하다간 발에 동상이 걸릴것 같아 바로 하산하였다.

호수나 강 개울이 온통 다 얼어 빈틈이 없는듯해도 얼지 않은 숨구멍이라는 것이 있다. 숨구멍에 빠지면 못나온다는 말도 있다. 얼음이 쩍쩍 갈라지고 깨지는 소리가 숨구멍으로 들리기도 한다. 길위에서 내려다 보면 십자소의 물빛이 푸르다 못해 검푸르게 보였다. 수심이 아주 깊으면 물빛이 검푸르게 보인다. 십자소 까지는 무사히 갔는데 십자소는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깎아 지른 절벽에 도저히 발 한발 붙일 데가 없고 손가락 하나 걸 데가 없는 병풍처럼 바위벽으로 둘러져 있다.

할수없이 되돌아 바위를 타고 길도 없는 비탈을 기다시피 둘러서 십자소를 지났다. 다시 얼음위를 걸어서 연꽃소를 지나고 금강사 앞 큰 개울을 가로질러 철다리를 머리에 이고 지났다. 다리 아래서 다리를 함께 넣어 보는 하늘과 계곡의 풍경이 색다르게 보였다. 새로운 것은 언제나 신선하고 좋게 아름답게 보인다. 얼음이 얼기 전에는 철다리위에서 식당암을 바라보며 물고기 밥을 항상 던져 주었다. 산행때마다 소금강에서 사는 물고기에게 빵이나 떡 먹을 것을 던져 주면 얼마나 잘 먹던지 수백마리의 물고기가 새까맣게 달려들어 순식간에 먹어 치웠다. 그랬던 물고기들이 이 겨울을 어떻게 나는지 궁금해 얼음속을 천천히 자세히 보고 또봐도 한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조금은 아쉬운 맘이 들고 서운하기도 하였다. 강바닥에 쌓인 낙옆속에 가랑잎을 이불삼아 편히 자고 있을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 그런지 몰라도 얼음위에 서면 차디찬 차가운 얼음인데도 마음만은 가볍고 평온하고 따스해지는 느낌이 든다. 발 미끄럼도 타고 어렸을때의 동심으로 돌아가 보기도 하였다.

옛날 어렸을때 겨울이면 앞개울 얼음위에서 손발이 시린것도 모르고 나무 판자에 굵은 철사로 만든 스케이트를 탔던 추억이 있다. 돌멩이로 얼음을 적당한 크기로 깨서 제릅을 가지고 입김을 호호 불어 얼음에 구멍을 내 짚내끼를 끼워 들고 다니면서 얼음을 간식처럼 먹기도 했었다. 고드름도 많이 따 먹었다.

소금강 계곡에도 군데군데 고드름이 주렁 주렁 달려있다. 옛 생각 하면서 하나 따서 먹어 보니 아무맛도 없고 차기만해서 던져버렸다.

구룡폭포는 말 그대로 백롱이 승천하듯이 구불 구불 하늘을 향해 날고 있었다. 구룡폭포의 폭포수도 무척이나 추운지 두꺼운 얼음 외투를 입고 얼음 속에서 흐르고 있었다. 오직 떨어지는 물소리가 폭포임을 알게 해 주었다.

얼음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는 정신을 맑게 해 주는 음악 소리로 들린다.

가만히 귀 기울여 듣고 있으면 몸도 맘도 편안해 진다.

인간의 손길이 들간 훼손되지 않은 자연이 우리들에게 주는 최고의 위안이고 축복이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 가만히 놔 두는게 최상의 관리 방법이다.

현종 강릉 현덕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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