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일본과 위안부 합의 재협상 않겠다" 발표에 울분

▲ 9일 오후 광주시 나눔의집에서 (왼쪽부터) 이옥선, 이옥선, 박옥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한일 위안부 합의 처리 방향과 관련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정부 입장 발표를 시청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금보기자
9일 오후 1시40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거주하고 있는 광주 ‘나눔의 집’.

이옥선(92·대구)·이옥선(92·부산)·박옥선(95·밀양) 할머니 세 분은 정부 발표가 시작되기 전 부터 나눔의 집 거실에서 미동도 없이 TV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이후 오후 2시, TV를 통해 박근혜 정부에서 맺은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결함은 있지만 재협상은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긴 정부의 후속조치 사항이 발표되자 할머니들 사이에서는 긴 침묵이 이어졌다.

브리핑이 끝나고도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대구 출신의 이옥선 할머니는 끝내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눈가를 훔쳤다.

이 할머니는 다소 격양된 목소리로 “일본한테 사죄 받아야지. 억울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옥선 할머니는 “우리는 (정부에게) 몇 번 당해야 합니까”라면서 울분을 토했다.

그는 “당사자도 모르게 합의가 이뤄졌다. 공식 사죄를 꼭 받아야 된다. 박근혜 정부가 완전히 잘못했다”면서 “제 발로 돈 벌로 갔으면 왜 지금 와서 사죄하라고 하겠느냐. 죽기 전에 사죄받을 수 있도록 모두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시 협상해야 한다. 꼭 다시 협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 역시 이날 정부 발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안 소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12.28 위안부 합의’에 대해 잘못이 있다면서 재협상하겠다고 약속했고, 이는 공약사항에도 포함돼 있다”면서 “오늘 문재인 정부 후속 조치는 할머니들 기만한 행위”라고 성토했다.

이어 “지난 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는 잘못됐으니 인정할 수 없다. 합의 자체를 인정할 수 없으니 무효화해야 한다”면서 “왜 재협상을 못하는 지 공식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피해 할머니들의 의견을 모아 이날 발표에 대한 입장문을 작성해 조만간 정부에 전달할 방침이다.

한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에서 발표를 갖고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는 진정한 문제 해결이 될 수 없다”면서 “하지만 일본에 재협상 요구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당시 합의에 따라 일본이 피해자 지원을 위한 화해·치유 재단에 출연한 10억 엔은 우리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되, 기금 처리는 향후 일본과 협의하기로 했다.

변근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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