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청소년 정신건강 (2)교육부 지침에 발목 잡힌 경기도교육청

멍든 청소년은 갈 곳이 없다. 우울증, 스트레스 등으로 청소년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진지 오래지만, 이들에게 정신치료와 학업을 함께 제공하는 교육 시스템 마련은 요원하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에 따르면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및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에서 실시한 청소년 정신건강 상담 건수는 2013년 2만4천978건에서 2014년 3만2천658건, 2015년 4만1천464건, 2016년 5만1천639건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타개하고자 일부 지자체와 교육청은 10여년 전부터 병원과 협약을 맺고 장기 입원중인 학생이 치료와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병원학교’를 운영중이다. 하지만 경기도내에는 정신건강 문제로 장기입원이 필요한 학생에게 학습권을 제공할 수 있는 병원학교가 없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본보는 위기에 빠진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를 되짚어보고 대안을 마련하고자 한다.



정신건강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학교’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정작 경기도교육청이 교육부 관련 지침에 발이 묶여 실질적인 정신건강 병원학교 설립에는 나서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문제의 관련 지침이 병원학교 추진과 상관 없는 사안이라면서도, 책임 문제에 대해서는 모호한 입장만 보이고 있어 현장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9일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병원학교 운영을 위해서는 이를 운영할 수 있는 병원과 협약을 맺고, 자체 예산을 활용하면 된다.

이 같은 내용은 교육부 특수교육 관련 지침에 명시된 내용으로, 해당 사안에 대한 최종 결정은 각 시·도교육감이 하고 교육부는 전국 병원학교 현황과 학생 수 관리 등 종합 관리만 담당한다.

그러나 정작 이 같은 교육부 지침에 우울증 등 정신질환 대상자는 포함되지 않으면서, 일선 현장에서 정신건강 전문 병원학교가 개설되지 못하고 있다.

실제 교육부는 매년 각 지역교육청에 특수교육대상자 교육 및 지원을 위한 ‘특수교육 운영계획’을 배포하고 있는데, 해당 지침에서는 병원학교 대상자를 시각·청각·지체장애 등 만성질환 및 장애 학생으로만 규정하고 있다.

학생들이 겪는 조현병과 우울증 등 정신질환은 특수교육대상자 범주에 포함돼 있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도교육청은 정신건강 병원학교 개설 필요성에 공감은 하면서도, 교육부 지침에 정신건강 치료 대상자들이 포함돼 있지 않아 관련 병원학교 개설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특수교육법과 교육부 지침에 정신질환은 특수교육대상에서 제외돼 있는 상태에서 정신건강 병원학교 사업을 추진하면 사실상 불법을 저지르는 것과 같다”며 “교육부가 정신건강 병원학교 개설에 뜻이 있다면 지침에 정신질환자를 포함하거나 장기 입원치료와 교육이 병행가능한 시스템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교육부는 정신건강 병원학교 개설 권한은 각 시·도교육감이 갖고 있어 관여하기 어렵다면서도, 관련 지침 개정 또는 정신건강 병원학교 설립안에 대한 안내는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병원학교는 사업 구상부터 운영, 예산마련까지 교육청 자체 사업”이라며 “정신건강 병원학교 또한 각 교육청이 자율로 할 사항이지 교육부가 권한을 침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성욱기자
▲ 사진=연합(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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