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고문치사사건과 6월 민주항쟁을 소재로 한 영화 ‘1987’이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관객몰이에 성공하고 있다.

‘1987’은 개봉 이후 첫 주말인 지난달 30∼31일 관객수 104만7천146명을 기록했다. 2주차 주말인 6∼7일 관객수는 85만7천935명이었다. 첫 주말이 사흘 연휴 기간이었던 점까지 감안하면, 장기흥행을 기대할 수 있을 만큼 감소폭이 작다.

일주일 앞서 나온 ‘신과함께-죄와 벌’이 관객수 1천만 고지에 오른 뒤 기세가 다소 꺾인 탓도 있다. 그러나 다양한 연령대를 영화관에 불러모으는 영화 자체의 매력이 주 요인이다. 20대는 하정우·김태리·강동원 등 호화 캐스팅에, 50대는 30년 전 경험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 속 풍경과 에피소드들에 이끌린다.



시장에서 반응이 다소 늦은 편인 50대의 발길이 갈수록 잦아지는 점도 영화의 ‘뒷심’을 가늠해볼 수 있는 요소다. 10일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1987’ 관객 가운데 50대의 비중은 개봉 1주차(작년 12월 27∼31일) 9.2%에서 2주차(1월 1∼7일)엔 11.8%로 뛰었다. 50대 관객이 점점 늘어나는 것은 물론 같은 기간 전체 영화관객 중 50대의 비율(8.3%→10.2%)을 웃돈다. 중년층 사이에 입소문이 잘 나고 있다는 뜻이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직접 경험한 50대의 공감은 막강하다. 새해 들어 아내와함께 ‘1987’을 관람했다는 김영석(50) 씨는 “대학 1학년이던 1987년 서울시내에서 시위하다가 골목으로 쫓기던 기억이 계속 떠올랐다”며 “시청광장에서 ‘그날이 오면’이 나오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정말 내 이야기 같아 펑펑 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과 경험을 공유하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단체관람이 잇따르고 박종철·이한열 사건과 남영동 대공분실이 재조명되면서 영화가 사회 이슈로 떠오른 영향도 있어보인다.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의 당사자 격인 검찰·경찰 수뇌부가 개봉 2일째인 지난달 28일 함께 관람한 데 이어 지난 7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영화관을 찾았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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