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앞에 도착했다. 첫 출근도 아닌데 떨린다. 두렵기도 하다. 심호흡을 크게 한 뒤 사무실 문을 열었다. 다행이 여기저기서 반기는 목소리다. 자리에 앉아 업무 파악부터 했다. 여느 때와 차이가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짧은 시간으로 느껴졌던 10개월 여의 공백이 한 순간 다가왔다. 도통 생소하다. 오전 내내 업무 처리가 아닌, 파악만 하는데도 시간이 빠듯했다. 사회초년생 때로 돌아간 기분이다. 마음 한 켠엔 어린이집에 맡겨놓은 아기가 내내 걸렸다. 오후 4시 무렵, 갑자기 마음이 다급해졌다. 복귀 환영파티를 해주겠다는 팀장의 말 때문이다. 빠질 수도 없는 자리다. 업무는 뒤로 미룬 채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SOS를 쳤다. 5시 30분 아기를 하원 시켜야 해서다. 남편은 전화도 안 받는다. 친정 부모도, 언니도 시간이 안 맞는다. 결국 시부모에 아기 하원 도움을 요청했다. 결혼 3년차, 돌이 채 안된 딸아이 1명을 둔 30대 초반 맞벌이 주부의 변화된 일상이다.
결혼 4년차, 3돌된 아들을 둔 30대 초반 전업주부다. 최근 고민이 깊어졌다. 결혼 전 다니던 회사에서 복귀해달라는 요청 때문이다. 아기도 어린이집에 잘 적응했다. 고민은 어린이집 하원 후 아기를 케어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오후 3시 30분쯤 부터 7~8시까지가 공백시간이다. 4시간 남짓,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친정부모는 일을 하고 있고, 시부모는 건강상 온전하게 아기를 케어하기 어렵다. 돌보미를 알아봤다. 소요 경비는 한달 110만 원 정도. 200만 원 남짓한 월급에 돌보미 비용 110만 원, 교통비와 식대 등으로 50여만 원을 제외하면 결국 한 달에 30여만 원 남는 셈이다. 6시 칼퇴근 보장도 어렵고, 방학 때는 또다시 아기 맡길 고민을 해야 한다. 남편과 상의 끝에 회사 복귀를 포기했다.
이처럼 엄마들의 신경은 온통 일이 아닌 아기에 맞춰졌다. 아기를 안정적으로 케어 할 수 있어야 일도 가능하단 의미다. 이는 비단 이 엄마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수많은 엄마들이 아기를 케어 할 수 있어야 일도 할 수 있다고 토로한다. 영유아 시절 육아와 일을 잘 병행하더라도 또 한 번의 고비가 찾아온다. 자녀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이다. 평일 오후 3시, 수요일 12시면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자녀를 돌볼 길이 없어서다. 결국, 자녀와 일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할 기로에 서야 한다. 이에 반해 정부정책은 여성의 안정적 사회 복귀에 초점이 맞춰진다. 최근 발표된 여성 일자리대책도 마찬가지다. 남녀 고용평등, 임신기 육아휴직 허용과 배우자 유급출산휴가 확대, 양질의 일자리 기회 제공 강화 등으로 여성이 안정적으로 육아와 일을 병행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육아와 일,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엄마들에겐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보다 근원에 맞춘 세심한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안경환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