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철학

유서연│동녘│256페이지


악은 두려움을 체험하는 것이며 악행이란 타자를 상처입힘으로써 타자가 자신을 두려워하도록 만들면서 자신은 그러한 공포와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는 행위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공포, 혐오, 악 등 이 세 가지는 태생이 같은 세쌍둥이라고 할 수 있다.

최소한의 인간적인 품위를 갖추고 살기가 지독하게 힘들어지는 이 시대, 우리의 내면에서 낯선 형태로 자리 잡고 있는 공포와 그것이 극대화돼 악으로 전환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어떤 틀과 관점으로 타자에게 접근할 수 있을까. 우리는 어떤 관점에서 인간이 태생적으로 타고 난 죽음과 노화에 대한 공포를 바라볼 것이며, 늙고 병들고 죽어가는 성별화된 신체라는 인간의 조건과 숙명 앞에서 선택할 수 있는 윤리와 미학은 무엇인가. 이 책은 이러한 물음 속에서 공포에 대한 철학적인 접근을 한다. 이러한 접근을 통해서 범람하는 공포와 혐오의 한편에서 가능할 수 있는 인간의 성별화된 조건과 신체성, 그리고 타자의 문제를 새로운 프리즘으로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의 의도다. 

김동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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