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서글픈 일

김보통│한겨레출판│200페이지

자신의 평범하지만 특별했던 어린 시절을 담은 만화가 김보통의 에세이 ‘어른이 된다는 서글픈 일’. 교탁 옆에 격리돼 앉아야 했던 어린 시절과 입시를 포기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시간을 흘려보냈던 고등학교 시절, 태어날 때부터 공기처럼 익숙했던 가난과 ‘할 수 없는 것’과 ‘가질 수 없는 것’들로 이뤄져 있던 세상을 저자는 담담하게 회상한다. 좋아하는 그림을 포기해야 했고 아이스크림 한번 실컷 먹을 수 없던 시절이었지만 저자의 글에는 아련한 향수가 묻어난다.

터프하게 어린 아이의 머리를 깎고 솜털을 면도해주던 이발소 아저씨, 룰도 승부도 없이 골목골목에서 엉터리 배드민턴을 치던 사람들, 목마가 달린 리어카를 끌고 동네에 들르던 할아버지 등 저자가 되살려낸 그 시절의 풍경들은 눈에 보이듯 생생하다.

그 시절을 잊어버리는 것도, 어른이 돼버린 것도 서글프지만, 그 또한 우리 삶의 일부임을 쓸쓸히 긍정하며 저자는 이 작은 책 한 권을 통해 조심스런 인사를 건네고 있다. ‘모든 잊혀진 것들’에 대한 뒤늦은 인사를.

김동성기자/estar@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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